EO가스 산재인정, 병원들 '바쁘다'

중독 정비기사 계기...멸균가스 교체 확산 될 듯

2011-07-30     의약뉴스 정세진 기자
병원에서 멸균 등에 쓰이는 에틸렌 옥사이드, 일명 EO 가스에 중독된 정비기사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게 돼 병원들이 시설 교체에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는 29일, 원자력의학원지부의 김모 조합원이 EO가스 중독에 의한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88년부터 22년간 원자력의학원 중앙공급실에서 EO가스 취급업무를 담당해왔다. 주요 업무는 EO가스를 소독기에 넣고 작동시키는 작업과 소독기 운전 및 정비 작업이다.
EO가스는 오랜 기간 동안 병원에서 널리 이용돼 온 의료장비 멸균 장치에 쓰였다. 기존의 고압증기멸균기의 경우 고분자 재료를 이용한 의료장비 멸균에는 적당치 않아 대체용으로 각광 받아왔다.

EO가스를 이용한 멸균기는 37~55도의 저온에서 멸균이 이루어지고 모든 종류의 미생물에 효력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화성이 있고 독성이 있으며 피부에 닿았을 경우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는 게 단점이다.

더구나 EO가스는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정한 물질이며 취급할 때는 봄베기를 별도의 공간에 배치하고 환기를 통해 가스가 소독실로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EO가스멸균기를 생산하는 중외메디칼측은 기기 자체에서 해독 과정을 거쳐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산재 인정으로 인해 유해성이 판명된 셈이다.

이번에 산재인정을 받은 김모씨의 경우 2010년 9월 실시한 특수건강검진에서 백혈구 및 혈소판 수의 이상이 발견돼 골수검사와 염색체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김씨는 세포속 유전자의 염색체 이상으로 골수가 정상적으로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골수이형성 증후군'으로 밝혀졌다. 골수이형성 증후군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사실 병원들이 유독한 EO가스를 대체할 멸균기를 찾기 시작한 것은 이미 2, 3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산재인정으로 인해 안전한 물질로의 교체가 조금 더 급해진 셈이다.

EO가스의 대체용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멸균기는 존슨앤드존슨사에서 생산하는 '저온플라즈마 멸균기'이다. 국내에서는 휴먼메디텍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저온플라즈마 멸균기는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독성이 없고 유해한 잔여물도 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멸균 시간도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친환경 뿐 아니라 편리함까지 갖춘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O가스 멸균기의 유해성이 공식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각 병원에서는 저온플라즈마 멸균기 같은 안전한 제품으로의 교체가 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