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선택의 순간' 다가오는데

슈퍼판매 반대 원칙은 있으나...방법론서 고민

2011-05-24     의약뉴스 김정원 기자

대한약사회(회장 김구)는 과연 신의 한 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와 관련된 사안들이 긴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대약의 선택이 어떤 것이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대약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해 심야응급약국과 휴일 당번약국의 강화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대약의 이런 의지는 대약 비대위 산하 집행위원회(회장 홍종호)의 지난 1차 회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집행위가 내 놓은 이번 안 역시 그동안 대약 내부적으로 검토되던 것이어서 회원들의 역량을 모을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

서울, 경기, 대구 등 대약 산하 시도약사회는 물론이고 서울의 서초구 약사회, 경기의 고양시 약사회 등 가장 하부 조직에서도 저마다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산발적인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대약 산하 조직의 요구 조건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크게 ‘약국 외 판매 철폐’와 ‘개문시간 연장’으로 좁혀져 있지만, 목표를 향한 길찾기에 있어 대약은 갈피를 못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주 결의문을 발표한 대구광역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와 고양시약사회 등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대약에서는 약국 외 판매의 문제점을 대국민에게 홍보하라는 지침 이외에는 뚜렷한 대외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느슨한 형태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공방을 펼쳐온 것에서 볼 수 있듯, 대약 내부에서조차 방법론은 고사하고,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부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약국 외 판매에 대해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여론과 의사, 제약사마저 약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 대약 집행부와 집행위원회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로 보인다.

고립된 상황에서 강경론을 고집하다 자칫 후폭풍을 맞게 되면 정말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 회원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선뜻 대약의 공식 정책으로 뽑아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밖으로, 대약도 움직일까?
현재 대약이 대국민 홍보와 정부 압박에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최근 약국외 판매의 여론을 주도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는 25일과 26일 서울 명동과 대학로 등 번화가에서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정부이행 촉구 기자회견 및 국민 청원을 위한 거리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약사회가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를 잇따라 만나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재보선 이후 정부의 약국 외 판매 논의가 잦아들자 경실련에서 국민 여론몰이를 통한 정부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 아니라 인천 등 광역시를 중심으로 ‘약국 외 판매 지지 서명운동’까지 진행되고 있어 대국민 홍보는 일단 시민단체 쪽에서 서너 걸음 이상 앞선 모습이다.

약사회 쪽에서도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약이 아닌 하부 조직, 혹은 개별 조직의 반응이라는 데서 결집력이나 파괴력은 떨어진다.

고양시분회는 자체 홍보물을 제작해 회원 약국에서 배포하고 있으며,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은 지난 주 경실련과 날선 공방을 주고받은 이후 약사 위상 실추와 관련 경실련과 법정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성금모금을 펼쳤다.

고양시약 함삼균 회장은 “대약이나 경기도약사회에서 보내 준 포스터로는 국민 홍보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전단지 형태의) 자체 홍보물을 제작했다”면서 “약사들로부터 직접 홍보물을 받아 본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고양시약사회의 홍보물 배포에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약국을 방문하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포스터보다는 직접 손에 쥐어 주는 전단지가 훨씬 집중도를 높여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양시약사회 자체적으로 실시된 활동이어서 홍보 효과의 확산 범위가 좁은 게 못내 아쉽다.

약준모의 성금 모금도 마찬가지다. 약준모 김성진 회장은 “지난 주 모금을 통해 620만 원 가량의 성금이 모였다”면서 “성금을 모금하기는 했는데, 대약에서 난색을 표해 어떻게 할지 고심 중”이란 말로 대약과 성금에 대해 한 번 이상 의견 교환이 있었음을 암시 했다.

약준모의 입장은 경실련과 법정에 서는 주체는 약사를 대표하는 대약이 돼야 하며, 머뭇거리는 대약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자금으로 성금을 모금했다는 것. 약사들의 비분강개한 의지는 충분히 대약이 받아들여야겠지만 그렇다고 대약 입장에서 선뜻 약준모의 성금을 받아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약사를 대표하는 단체가 회원 성금을 받고서야 움직이는 모습도, 또한 경실련이란 단체와 법정 공방을 펼치는 모양새도 어느 하나 지금의 대약에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약은 23일 오후 늦게 집행위원회를 긴급하게 소집했다. 단지 지난 번 회의 때 논의 됐던 당번약국 확대방안 등에 대한 회의였다면 이미 24일로 발표했던 집행위 회의를 굳이 긴급하게 소집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날 회의에서 논의 된 안건이 무엇이든 간에 대약은 이제 내부를 결속하는 것은 물론 대외 투쟁의 수위와 방법을 결정해야 할 선택의 순간에 서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