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임시직 간호사 선호 이유는
기혼 간호사 육아병행 어려워...저임금 이유도
2011-03-30 의약뉴스 정세진 기자
인사부 직원에게 임시직이 많은 이유를 물어 보았다. “병원에 따라 임시직이 적은 곳도 있고 우리처럼 많은 곳도 있다”면서 “임시직을 뽑는 이유는 주로 간호사들의 육아휴직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출산 시대에 육아휴직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대한간호협회의 말은 다르다. 출산한 간호사들이 육아 병행이 어려워 병원 업무에 자꾸 공백이 생긴다는 것.
가령 3인 1조로 일하던 간호사 중 한 명이 출산휴가를 다녀왔다고 하자. 그러나 3교대의 특성상 아이를 돌볼 충분한 여유가 없다보니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1명을 더 채용해 업무를 원활히 해야 하겠지만 실제로 인력의 대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결국 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두 사람이 커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고된 업무에 지친 다른 간호사들도 퇴직하고 만다는 것이다. 퇴직 후에 옮길 곳이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퇴직 간호사는 대부분 대형병원으로는 가지 못하고 작은 병원으로 옮기게 되는데 소형 병원의 경우 대부분 35세 미만의 간호사를 채용하려 하고 있어 취업이 쉽지 않다고 한다.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6년 보건복지부 자료와 건강보험공단 자료 등으로 추산한 유휴간호사 인력은 9만여명에 이른다. 개인정보 입수가 엄격히 금지된 지금은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협회 측은 적어도 10만여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6~70%가 한창 일할 나이인 2,30대이다.
간호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력근무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탄력근무제란 기간제나 계약직과는 달리 기존의 3교대를 유동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 간호사들이 일하는 데 지장을 덜 받게 된다.
그러나 병원 측은 탄력근무제로 인력유출을 막는 대신 저임금으로 해결되는 임시직으로 업무 공백을 메우는 경우가 많다. 잦은 간호 인력 교체는 환자들 입장에서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노인 환자들은 간호사가 오랫동안 곁에 있으면서 말벗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인력이 자주 바뀌면 이런 인간적인 간호환경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2014년부터는 간호 인력 확충으로 매년 2만여명의 신규 간호사가 배출될 예정이다. 이들이 임시직으로 떠돌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 간호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되려면 아직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