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약 '매출액 기준' 불만 고조

불합리 지속적 제기...환우회도 관심

2011-03-21     의약뉴스 정세진 기자

희귀의약품의 지정 요건이 유병율이 아니라 매출액이라는 데 대해 관련 기관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식약청이 최근 개최한 ‘2011년 CEO 열린마루’의 토의 안건에는 희귀의약품 지정기준 중 수입이나 생산실적을 기준으로 한 지정을 재검토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현행 규정으로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유병율이 2만명 이상이어야 하며 수입실적이 150만 달러 이하, 국내 매출 실적이 15억원 이하여야 한다. 또한 대체 의약품이 없다는 세 번째 규정까지 만족시켜야 비로소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게 된다.

희귀의약품협회의 한 관계자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지 못해 약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희귀의약품이 아닌 약품들은 서류 통과 과정이 까다로워 수입하는 데만 2년 이상씩 소요되기도 한다.
150만 달러 이하, 15억원 이하의 규정이 문제되는 이유는 바로 희귀의약품의 가격이 대부분 고가라는 데 있다.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신현민 회장은 “약값이 비싼데다가,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두세 번만 약을 구입해도 매출 실적 기준을 초과해 버리는 일이 흔하다”며 “더구나 현행 규정은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일 때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환율이 크게 오른 지금은 기준선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입 혹은 매출 실적 규정이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제기는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다. 애초에 식약청이 정한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은 수입액 100만 달러 이하, 국내 매출액 10억원 이하였다. 환우회 등의 규정 완화 요구가 이어지자 식약청은 2009년 150만 달러 이하, 15억원 이하로 기준 금액을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희귀의약품 지정 문턱은 환자들에게 높게 느껴지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 이외에도 희귀의약품의 규정이 수입실적이나 생산실적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제도 자체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의약품을 환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인 만큼 유병인구와 대체약품 유무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현민 회장은 “희귀의약품은 국내 제약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신약 개발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수입 절차라도 간소하게 해 주는 것이 환자들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아울러, “기준 완화 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에 인센티브를 주어 희귀의약품의 자체 생산을 유도하는 것도 희귀병 환자들이 의약품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