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환자들 '넥사바' 부르며 절규

약사법 위반 처벌 받더라도 ...사겠다 아우성

2010-10-25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사가 넥사바를 권하는데 너무 고가라 고민됩니다.”

“법에 위반된다면 제가 처벌 받지요.”

지난 7월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남은 넥사바를 처리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올라온 답변들이다.

   
▲ 복용 후 남은 넥사바를 판매해달라고 호소하는 글.


자신의 부친이 처방받은 넥사바가 몸에 맞지 않아 70정이 남았다는 이 질문자는 고가의 약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 타인에게 판매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처방받은 약을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하면 약사법에 의해 처벌받는 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부친이 간암으로 투병중이라는 한 네티즌은 “아버지께 간이라도 떼어드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약 값은 너무 비싸다”며 자신에게 판매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네티즌은 “간암에 걸린 친구에게 15명의 친구들이 매월 10만원씩 모아서 약값에 보태주고 있지만, 친구가 미안한지 이제 약 복용을 중단하겠다고 한다”며 “딸의 재롱을 몇년은 더 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처벌받아야 한다면 제가 처벌을 받겠다”고 간청했다.

간암에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넥사바의 비싼 약값 때문에 간암 환자의 지인들이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넥사바는 지금까지 말기 간암환자에게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간 3700만원에 달하는 약값으로 인해 대다수의 간암 환자들에게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약이다.

반면, 신장암 환자들은 똑같은 넥사바를 연간 180만원에 복용할 수 있다. 신장암에는 보험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넥사바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약효와 보험재정 때문이다.

바이엘에 따르면 간암환자에 대한 넥사바의 임상결과 전반적인 생존기간 중앙값이 10.7개월로 위약군은 7.9개월 보다 약 3개월이 길었다.

일부에서는 이 2~3개월의 연장효과를 얻기 위해 부담해야할 재정규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환우회 관계자는 의약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장암은 효과는 비슷한데도 보험이 적용되면서 간암은 환자가 많다고 해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보험을 적용하는데 환자수, 효과에 대한 기준이나 있느냐”고 따졌다.

지난 1일, 넥사바의 간암에 대한 효과를 설명하던 삼성서울병원 임호영 교수 역시 “매년 한국에서만 5만명이 발생하는 간암환자들에게 넥사바 유일한 치료제”라며 “2~3개월 연장은 이런 환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정부는 당장 간암에 대한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보험적용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쪽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윤구 심평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2009년 암질환 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보장성 강화방안에 포함하기로 해서 내년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 원장의 발언에 깜짝 놀란 직원들이 “신장암과 달리 간암은 환자수가 많아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검토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쪽지를 건네받은 강원장이 서둘러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 아쉬움을 남겼다.

강 원장의 발언이 있고 난 직후 사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평원 관계자가 “건정심 등 통과해야할 절차가 있어 확정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한 이후 강 원장이 진화에 나선 것을 보면, 보험 적용이 된다고 확언했다가 혹시 뜻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경우 후폭풍을 대비해 수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정감사에 한 의원은 “재정이 어렵다지만, 재정은 이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내년에는 간암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보다 적은 비용으로 치료제를 구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환자와 가족, 지인들까지 싼값에 약을 구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감수해야할 지 정부의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