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엄청난 말'과 제약 씨이오 반응

2003-08-22     의약뉴스
제약사 사장 120명이 한날 한시에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제약 1백년 역사상 아마 처음 있는 일일듯 싶다. 식약청이 마련한 연찬회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애초 사장들은 식약청이 이런 행사를 하고 제약사 사장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했을 때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내키지 않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바쁜 와중에 기업을 살리기도 힘겨운데 '쓰잘데기' 없는 연찬회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나 막상 의약품관리과 직원들의 교육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국내 의약품 생산 시설 전반이 엉망이라는 담당자들의 말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은 금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관계자가 지금 이 시간 약을 팔러가야 하고 사업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장님이 있겠지만 그러면 뭐하나 잘못 만들어 문제가 터지면 그것으로 끝장인데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번 연찬회는 충격과 긴장과 공포의 연속이었다. 식약청은 당근과 채칙을 쉴새없이 휘두르면서 제약사 사장들을 압박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다. 식약청이 이처럼 유례 없이 사장들을 몰아부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였다.

현장 실사를 수개월 동안 직접 했던 곽병태 사무관은 조사 대상 모든 제약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됐고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정사항의 서류가 한 가방 가득하다며 보여 달라면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고가지 했다.

한마디로 직접 보고 들은 제약사 의약품의 생산 품질관리가 '하수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고위관리는 '아주 엄청난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엄청난 말은 아마도 생산 품질관리에 있어 국민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것이었을 것이다.

식약청은 미래의 의약품 산업은 품질의 시대라고 단언하고 이런 수준의 의약품을 생산하면 적들에게 모두 먹히게 된다는 사실을 사장들에게 주지시켰다.

모처럼 식약청이 국가기관의 제기능을 아주 충실히 수행했다. 제약사 사장들은 왜 제약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고 돌아갔다. 불만의 얼굴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장한 각오로 바뀌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차고 뿌듯한 연찬회 였다고 의약뉴스는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식약청과 제약사의 건투를 빈다.


의약뉴스 (newsmp@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