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세 명 중 한 명, 가족에 술주정 '충격'

2009-12-24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세 명 중의 한 명의 아빠가 가족에게 술주정을 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소아·청소년전문 아이누리 한의원은 최근 ‘아빠의 음주습관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고등학생 2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0%(66명)응답자의 아빠가 가족에게 술주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66명의 응답자 중 85%는 술을 마셨거나 취한 아빠로부터 훈계를 받으면 ‘무조건 반발심이 생기거나 듣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나아가 42%(28명)는 술 취한 아빠에게 맞아본 적도 있다고 고백해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아버지의 술버릇이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221명 응답자 가운데 아빠가 ‘한 달 동안 술을 마시고 취한 횟수’에 대해서는
1번이 30%(6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3회가 25%(54명), 6회 이상 14%(31명), 4~5회 10%(23명)를 기록했다. 술 취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21%(47명)에 그쳤다.

고교 1학년 박 현우(17세)군은 “요즘 송년회 모임이 많은 아빠가 술을 마시고 늦은 밤에 크게 인기척을 내고 집에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쿵쾅 거리는데, 초등학교 6학 때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술 마신 아빠한테 빗자루로 맞은 후부터 그런 증상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아이누리한의원 안산점 이주호 원장은 “자녀들이 술 마신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면 트라우마(Traumaㆍ정신적 외상)를 입게 되는데, 성장장애는 물론 자칫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유발시킬 수 있고 성인이 돼서는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18%(40명)는 ‘술 취한 아빠를 보고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아버지의 음주습관이 성장기의 소아·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응답자들 4명 가운데 3명은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 술을 마신 시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가 37%(82명)로 가장 많았으며, 중학생30%(67명), 초등학교 고학년5%(11명)·저학년3%(7명)순이었다. 마셔본 경험이 없는 응답자는 불과 25%(54명)였다.

첫 술을 함께 마신 상대로는 친구가 39%(86명)로 가장 많았지만, ‘아빠한테 술을 배우고 싶었다’는 응답도 43%(96명)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주호 원장은 “주도(酒道)는 술을 가르치는 것부터가 아니라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부모가 나쁜 술버릇과 술주정을 자녀에게 들켰다면 그 모습 그대로 각인돼 충분히 유전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얼마 전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 연구팀이 4,731명의 핀란드 10대 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청소년들이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부모의 모습을 본받아 같은 음주습관을 가질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주호 원장은 “혹시라도 나쁜 술버릇을 아이에게 들켰다면 대화를 통해 아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해시켜야 잘못된 배움이 뒤따르지 않고, 휴일에 잠만 자는 아빠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을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