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약학대학

2009-11-02     의약뉴스
약학대학 신설을 놓고 인천시의회가 발 벗고 나섰다. 인천에 배정된 약학대학은 현재 지역에 연고를 둔 대학에 설립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인천시의회는 지난달 21일에 열린 제1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박창규.김용근 시의원이 공동 발의한 ‘지역대학의 약학대학 신설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한다.

시의회는 결의문에서 ‘아직 개교도 하지 않은 연세대학이 약대 신설을 논하는 것은 지역 대학과 시민사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그동안 인천지역 내 기존 대학들은 인천의 열악한 보건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보건의료 인재양성의 기반을 확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연세대와 간담회를 갖고 지역 여론에 반하는 약학대학 유치를 강행해야 하느냐고 따지는 등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는 ‘연세대도 엄연히 지역에 캠퍼스를 갖춘 지역대학인 만큼 연세대에만 약학대학 유치를 배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맞섰다.

인천지역 3개 대학은 연세대의 캠퍼스가 아직 조성되지 않았고 교육 과정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대학이 아니라는 논리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가천의대 송석구 총장은 가천의과학대와 길병원이 50년 동안 인천지역사회의 보건의료에 공헌한 만큼 약대 신설의 당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의약분야와 생명과학 분야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약대를 설립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생명과학 분야에 주력하는 가천의과대학은 약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타 대학들 역시 약학대학 설립에 총력을 기우리는 것은 생명공학∙신약개발 등의 산업과 학문이 연계된 교육∙연구 및 개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약학대학 6년제는 일반적인 6년제 의과대학과 달리 2+4년제로 2학년을 수료한 전국의 이공계 학생 중에서 우수한 계층의 학생들이 응시한다.

게다가 약사 면허시험에 합격하면 100% 취업이나 개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학대학 유치에 성공한 대학은 그 위상이 드높아지게 마련이다.

인천지역 3개 대학은 약대 유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반드시 지역 대학 내에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10월 중으로 정부에 전달한다고 한다.

약대 유치를 위한 대학들 중엔 인천시약사회를 찾아오거나 필자와의 면담 주선을 시도한 곳도 있고, 대학병원 주변 약국들과 공동발전협약을 맺는 곳도 있다.

지난 9월 23일, 대한약사회에서 열린 제8차 전국 시.도지부장 회의에서는 경희대 약대가 '약학대학(한약학과를 제외)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한다'고 명시된 고등교육법 시행령까지 무시해 가며 약사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학과(약과학과)를 약대 내에 신설해 수험생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난 5월 10일, 경희대학교 공영일 외무부총장은 개교60주년 약학대학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정원 40명의 4년제 약과학과 신설 계획을 발표한 후 2010학년도 수시모집 요강에 약과학과 수시 모집(23명)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약대 신입생의 정원이 80명 정도 되어야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학교 측은 약대 6년제로 2년간 약대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과 약대 교수들의 강의시간 감소를 우려해 편법적인 형태로 학생을 모집한 것이다.

유사학과를 예로 들면 광주여대는 제약향장학과를, 인제대, 건양대, 우석대학, 선문대학, 상지대학, 한국국제대학, 신라대는 제약공학과를, 대구한의대는 한방제약공학과를 설립했지만 이 모두 약사와 무관한 유사학과이다.

문제는 수험생들이 약대에 소속한 학과로 오해할 수 있고, 약과학과를 졸업하더라도 약대입학자격시험(PEET) 말고는 약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이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학생과 학부형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데 있다.

실제로 경희대 재외국민전형으로 약과학과에 합격한 한 학생은 4년제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으나 약학대학 내 모집 학과라 믿고 원서를 냈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어 허탈했다고 호소했다.

약과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바늘구멍에 비유할 수 있는 약대입학자격시험을 대비하는 전문학원에 입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짝퉁 약과학과 신설을 지켜보며 자질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의욕만 앞세운 짝퉁 약학대학이 제발 인천에는 설립되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