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뜻밖에 찾아온 정혜...몇 송이 꽃 꺽느냐고 물어
10월 한 낮이었다.
경비실에서 나의 약제실로 전화가 왔다.
외부에서 면회가 왔다는 것이었다.
뜻밖에도 나의 사촌 여동생과 정해였다.
정해가 보고 싶다고 해서 동생이 같이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4년전 코러스 다방에서 나의 노래 나운영의 가려나를 듣고 감동하여 내가 원하면 사관학교 출신 장교와의 약혼을 파혼하고 나에게 오겠다고 했던 장본인 아니던가?
음악, 아니 예술이라고 하자,
그 예술의 힘이 그렇게도 강력한 마력을 갖는가?
4년이 지난 지금 서울에서 안양 유원지까지
나를 찾아 왔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나는 정해와 동생, 이렇게 셋이서
코스모스 꽃이 넘실대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本씨는 이런 꽃밭에 가면 꽃 몇 송이를 꺽느냐고?
나는 대답한다.
나는 꽃을 안 꺽는다고,
그녀는 다시 웃는다.
그녀는 결혼하여 아들만 둘 낳았다고 자랑한다.
나는 그녀에게 축하 한다고 말해준다.
그녀는 한 달 후에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간다고 말한다.
나는 참 잘 됐다며 행복하게 잘 살라고 말한다.
그녀의 살랑 대는 어깨가 탐스러워 보이고 허리선부터 히프라인이 선명히 드러나서 상당히 선정적으로 보인다. 걸음걸이가 율동적으로 곧은 다리가 안으로 꼬이며 모델처럼 내 뻗는 폼이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마음 같아서는 동생을 떨어뜨리고 택시를 잡아 그녀와 단 둘이 타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 같이 뒹굴고 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마음 한구석에 양심 같은 것이 불쑥 튀어 나온다.
나는 그녀에게 미국에 잘 가라고, 행복하라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