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동명이인 은혜에 실망...제약사 약제실 근무 시작
거대한 운명의 궤도에 따라 나의 미래는 또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그렇게도 처절하게 찾아가 만난 은혜는 은혜가 아니었다.
내가 애타게 찾던 은혜와는 거리가 먼 동명이인이었다.
본적도 경주였다.
이렇게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 있을까?
수덕사 말사 정해사 관음전에서 찾은 은혜는 여성으로서의 체격으로는 약간 부담스러운 여장부 타입의 여자였다.
아름다운 눈과 반듯한 이마가 인상적이었으나 코가 날카롭게 솟아 있고 입술이 얇아 강인한 생명력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녀의 고향도 여주가 아닌 경주였다.
그녀는 눈이 마주치자 그저 멍하니 놀라는 표정이었을 뿐
더 이상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드디어 나는 무사히 국방 의무를 마쳤다.
취직도 했다.
지난 3년의 군 생활이 기나긴 인생의 역정을 다 거친듯,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상처는 아직 가시질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찾은 은혜가 내가 찾던 진짜 은혜가 아니라니, 너무나 허망해서 그 순간 소낙비가 쏟아지며 우뢰와 함께 벼락이 치자,
소나무 가지를 치지 말고 내 목을 치라고 나는 울부짖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 실날같은 희망에 꿈을 싣고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려 볼 뿐이다.
은혜와 헤어지던 날 우리는 울며 약속 했었다.
우리 둘 다 살아 남을 것을 약속했으며
시계탑 앞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꼭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나는 안양 유원지에 소재한 Y제약회사 제약부 액제실 담당 약사로 근무하고 있다.
회사 근무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나자 유원지 근방 도로변에는 어느새 코스모스 꽃이 끝간데 없이 만발하여 산들바람에 파도치고 꽃잎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중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