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수천명 환자 명부속 은혜 이름 발견...하룻밤 사랑에 임신 충격
열악한 환경의 빈곤병, 영양실조병, 고독의 병, 슬픔의병, 외롭고 고요한 병...
나의 사랑 은혜도 가슴병을 앓고 있었다면 혹시 이 병원을 찾은 흔적이 있을텐데...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예감,
아니 그녀가 결핵환자라면 내가 찾아봐야 할 곳은 당연히 이곳 마산 결핵병원이 최우선 코스가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실낟 같은 희망의 끈이라도 끝까지 놓지 않고 매달려야 할 형편이었다.
애처로운 그녀를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나의 집념은 죽어도 꺽이지 않을것이다.
약혼녀를 찾겠다는 나의 간청에 병원등록과 계장은 친절하게 지난 2년간의 환자 명부를 열람토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수 천명의 환자 명단이 들어 잇는 서류 다섯 묶음을 한 장 한 장
뚫어지게 살펴 찾아본다.
제발 은혜라는 이름이 나오길 가슴 졸이며
두 권, 세 권, 네 권 마지막 다섯권 중간에서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은혜가 있다.
1970년 12월 결핵 3기 임신4개월 중 자연유산
기록을 훑고 있던 나는 심장이 찢어질것 같은 쇼크를 느끼며 쓰러질것 같았다.
아니 그러면 은혜가 나와의 하룻밤의 사랑으로 아기를 갖었었나?
그러면 자연유산이라면...
아 불쌍한 은혜씨...
당신은 나의 영혼과 육신을 온전히 살려 놓고 그대만 홀로 저 세상으로 떠났단 말인가요.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흐르는 눈물을 아랑곳 않고 나는 덜덜 떨리는 가슴으로
은혜의 차트를 계속 읽어 내려간다.
1971년 5월24일 퇴원.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은혜는 죽지 않았단 말이잖아!
나는 은혜의 차트를 들고 간호부장을 찾아갔다.
굵은 검은태 안경을 코에 걸친 간호부장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어린이 다루듯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