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은혜이름을 부르며 덩실대는 만신

2009-03-06     의약뉴스

양반 집에서는 앞마당에 차일을 치고 지노귀 굿인지 씻김굿인지 뭔지 굿판을 벌렸는데 만신무당이 제단에 유골을 모셔 놓고 젯상을 차렸는데 오색 만장을 걸어 놓고 피리 불어대고 꽹가리 치고 북치고, 만신이 덩실덩실 춤추고 집안 가족들은 정신없이 두손을 비비며 엎드려 절하고 온 동네 사람들 앞마당 가득 채워 구경시키는데 그 만신이 약혼녀가 굿판에 와야 한다는 거예요.

나는 그 곳에 정말 가기 싫었는데 부모님께서 사정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참석 했더니 만신이가 날 보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데...

은혜야 어디 갔다 지금 왔냐?
나 너 두고 못가겠다. 너 두고 황천 못 간다.

이역만리 월남땅이 웬말이냐
억울해서 못가겠다. 다스토프 헬기 폭발 어이하여 나 죽였냐.

짜빈동 전투 웬말이냐
너 살고 나 죽으면 나 원통해 못가겠다.

만신이 내 웃옷을 벗겨 유골 위에 얹혀 준다.
만신이 자기 옷을 나에게 입혀 주고 자꾸 절 하란다.

나는 있는힘 없는힘을 다해서 계속 절을 하였다.
죽도록 절하고 싶었다.
만신은 신나서 펄펄 뛰는 것이었다.

어찌하여 나만 가냐. 너를 두고 어이 가냐.
나 못가겠다. 너 두고 원통해서 못가겠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신 일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