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회장 일간지 기고 화제
신경림 간호협회장이 조선일보에 간호사들이 지방 중소병원에서 떠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조목조목 의견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신 회장은 글에서 중소병원에서 간호사가 떠나는 것은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병원계에서 간호대학을 확충해 간호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유휴인력을 활용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서울 대형 병원에 비해 열악한 근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회장의 기고문 전문이다.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지방 중소병원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간호대학에 진학해 국가시험을 통해 간호사 면허를 취득했다. 그런데 중소병원을 떠나고 있는 간호사들이 왜 그럴까라는 문제는 외면한 채 중소병원에선 단지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해결방안으로 간호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고 간호사를 기준보다 적게 쓰거나 많이 쓴 병원들에 진료수가를 달리 지급하는 간호등급차등제를 고쳐야 한다고 한다.
중소병원은 간호사 부족이란 말에 앞서 왜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을 떠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중소병원 말대로 간호대학 정원을 대폭 확대해 간호사가 지금보다 서너 배가 되면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이 해결될까. 대답은 간호사 부족이 여전할 것이란 점이다.
간호사들이 떠나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공급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형병원과 비교조차 안 되는 저임금이 대부분이고, 남자도 하기 어려운 3교대 근무를 해야 하며, 여성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출산과 보육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간호사들이 왜 중소병원을 떠나는지를 알아야 올바른 대처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중소병원에서 간호사 부족문제의 대안으로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양에만 치우친 급격한 입학정원 확대는 오히려 간호교육의 질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간호학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간호사 부족을 이유로 간호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지금은 면허는 있지만 일하지 않고 있는 유휴 간호사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활동이 가능한 유휴간호사는 대략 7만5000명 정도로 이 중 20~30대가 절반이 넘는 4만명대이다. 간호사 1명을 배출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도 이들 쉬고 있는 간호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적정한 급여와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간호등급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소병원은 최근 대두된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문제 때문에 중소병원 경영난이 가중된다고 한다. 중소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간호등급제는 중소병원 경영에서 우선 순위가 매우 뒤처진다.
현재 간호행위는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 때문에 병원들은 별다른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아 의료장비, 의사인력 등에 대한 투자에 비해 간호사에 대한 투자는 극히 미진한 실정이다. 이제 무엇이 우선순위가 되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미 정부에서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간호사가 왜 떠나는지 병원 입장이 아니라 간호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해결책은 금세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