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동영 의사
2003-04-04 의약뉴스
노동영 교수는 특히 분자생물학 분야를 임상연구에 응용, 유방암의 발병 기전과 종양표지자개발 등의 연구를 활발히 수행해 국내외적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대한암협회, 대한암학회, 한국유방암학회, 한국유방건강재단의 이사를 맡아 유방암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아시아외과학회, 세계외과학회의 정회원이며, 미국국립보건원의 Fogarty Fellowship Award, Organon International의 Young Investigator Award를 수상했다.
노동영 교수는 최근 번역서인 '유방암 예방 식이요법(원제 : The Breast Cancer Prevention Diet―the powerful foods, supplements, and drugs that can save your life)'을 발간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유방암의 최근 경향은 어떻습니까?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01년 발생, 등록된 암 중 전년도 2위였던 유방암이 16.1%로 위암(15.3%)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1995년과 비교했을 때 66%나 늘어난 수치로, 암 중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서구식 식생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유방검사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부끄러움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뒤늦게 유방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듯이 유방암 역시 자가진단을 하고 정기검진을 받아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유방암이 발병하기 전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 같은데요.
'유방암 예방 식이요법' 에는 식이요법으로 예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암과 싸워 이겨내는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의 저자로 의학 저널리스트이자 의학박사인 봅 아노트는 UCLA, 하버드대, 토론토대, 진 메이어 영양센터 등 유수한 기관의 많은 연구자들과 임상실험에 참여한 환자들을 취재한 결과 이 같은 해답을 얻었습니다.
음식에 들어 있는 성분이 유방암을 예방할 수도 촉진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있죠.
이 책은 출간 후 콩과 섬유질이 약제 역할을 한다는 편견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미국에서 법정까지 가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은이는 음식으로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유방암에 걸린 장모와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운영위원장인 아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자들의 고통을 체험한 저자는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유방암을 예방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먼저 유방암이 어떤 원리로 발병하는지 그리고 음식의 어떤 성분이 발병을 억제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인 '유방암 예방을 위한 12단계 조치'에서는 유방암 예방에 필요한 조치와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일러줍니다.
폐경 이전과 이후, 유방암 치료 후 등 상황에 맞는 유방암 예방법도 수록하여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과연 어떤 원리로 음식이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유방암은 호르몬, 즉 에스트로겐으로 인해 촉발되는 암입니다. 에스트로겐은 2차 성징을 유도하는 호르몬일 뿐만 아니라 유해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심장을 보호해 주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뇌세포의 퇴화를 방지하는 유용한 호르몬이죠.
에스트로겐에는 강한 것과 약한 것, 유용한 것과 유해한 것, 그리고 진짜 에스트로겐이 아니나 진짜와 유사한 반응을 하는 화학적 에스트로겐이 있습니다.
이 중 과다한 양의 강한 혹은 유해한 에스트로겐과 화학적 에스트로겐이 유방 내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에스트로겐은 세포가 더 빈번하게 빠른 속도로 분열하도록 하여 새로운 수천 개의 세포를 생성시키므로 암세포를 유발하고 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말해 월경 기간이 길수록 그만큼 암 발병률도 높아집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초경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는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어떻게 음식이 유방암을 예방할까요?
암 치료의 4가지 표준 방법은 외과적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생물학적 요법입니다. 이 중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화학요법이죠.
이 요법은 화학물질로 암이 자라는 것을 처음부터 억제하거나 초기 단계에 제거하는 것으로 이 원리에 따라 음식물을 적절히 섭취한다면 실제로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여러 물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차단함으로써 암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에스트로겐의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저지방·고섬유질 식사를 하고, 체지방과 인슐린 수치를 낮게 유지하며, 알코올 섭취량을 줄여야 합니다. 지은이는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12가지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식이요법은 즉각 효과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어릴 때부터 실천해야만 효과가 나타납니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생활방식으로 인해 유방암의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중장년층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딸들, 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인 것이죠.
서구화된 식생활로 영양상태가 향상되어 초경연령이 빨라지고, 폐경 연령이 늦어지며, 비만 여성이 늘어나는 등 유방암 발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이 신체에 영향을 주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유방암 증가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유방암의 고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대의 부모와 딸들에게 이 책이 유용하게 이용되기 바랍니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