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의 성명서가 이유있는 까닭은

2008-08-12     의약뉴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제약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약제비적정화나 저가약 인센티브제, 약가재평가 등을 통해 약값을 인하해 왔다. 서로 다른 그럴듯한 이름의  이들 정책들이 사실상 약값인하책이라는 것을 관계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감사원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에 특허만료 의약품, 퍼스트제네릭 관련 제도를 보완하여 현재의 약값을 인하하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켜보자던 제약협회의 입장도 바뀌었다. 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감사원의 발표는 신약개발 역량을 차단함은 물론, 제약업계를 생사의 기로에 내몰게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연한 반발이다. 

감사원은 핵심 권고는   “제네릭 의약품이 보험 급여목록 등재 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등재순서에 따른 인센티브를 없애고,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단일화하는 등 제네릭 약가 체감제도를 보완하여 신약 대비 약가 수준을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보험목록 등재 순서가 앞서는 5개 제네릭(이하 ‘퍼스트 제네릭’)의 약가는 신약 대비 80%(2007년부터는 85% 적용)로, 이후 등재된 제네릭은 선순위 제네릭 대비 90%로 체감하여 산정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런 원칙을 없애라는 것이다.

감사원의 근거 이론은 이렇다.

신약의 경우 평균 13.2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평균 8,000억 원의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데 비하여, 제네릭은 생동성시험기관에서 생동성 인정을 받기 위해 평균 50.5일의 기간과 평균 5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등 신약에 견줘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이 현저히 낮음에도, 제네릭 약가를 신약 약가 대비 높게 책정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체감산정 방식에 따라 차등 결정된 약가를 유지하게 되면 선순위 등재 제네릭은 약효 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는 후순위 제네릭보다 항구적으로 높은 가격을 인정받게 되어 불합리하다는 것.

그 결과, 퍼스트 제네릭의 약가가 높고 등재순서에 따른 약가 체감률이 계속 유지되어 많은 국내 제약회사에서는 신약개발 보다는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ㆍ비용에 비해 높은 약가가 보장되는 퍼스트 제네릭의 개발 및 등재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제네릭 간 약효 등 차이는 없는데도 퍼스트 제네릭 출시를 위한 이른바 ‘선착순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이런 판단은 한마디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제약협회가 " 제네릭 등재순서에 따른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단일상한제를 통해 약가수준을 인하하라는 주문은 결국 한국제약산업을 하향 평준화시킬 것이다”면서 “품질 및 기술향상의 유인책이 사라지고 퍼스트 제네릭 개발을 통해 국내 제약기업들이 신약개발역량을 쌓아 나갈 길이 차단되기 때문”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감사원은 또 특허만료 의약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전(2006. 12. 29 )에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약가도 인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참조가격제를 도입하는 등으로 건강보험 의약품의 가격을 적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를 압박했다.

감사원은 “그 결과, 보험의약품 가격의 적정화를 도모한다는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약제비를 추가 절감 (2006. 6. 1. 현재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제네릭 포함)를 20% 인하하였을 경우 9,109억 원의 약제비 절감 효과 추정/2005년 전산 청구금액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뮬레이션 결과)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약제비의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고 해마다 그 비중이 높아져 의약품 소비자 및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제약회사에서는 A7의 약가보다 높은 약가에 따른 이익의 일부를 요양기관에 리베이트(매출액의 20% 상당)로 제공하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를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는 “2006. 12. 29 이전 특허만료의약품 가격을 20% 인하하지 못한 것은 소급적용에 따른 위헌소지 등 법리적 문제 때문이지 제약업계의 저항 때문이 아니었다”며 “게다가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으로 고지혈증약제 가격이 평균 31% 인하될 상황이고, 고협압치료제 등 2조 9천억원 시장규모인 6개 약효군의 가격인하를 위한 경제성평가가 예고돼 있어 제약기업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와있다”고 반박했다.

세계는 지금 자국 산업의 이익을 위해 보호무역에 가까운 정책을 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국내 제약사를 고사 시키려는 약값인하책을 주장하는 것은 외자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신약 개발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는다.

제네릭 개발 등을 통한 기술 습득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이뤄내는 것이다. 제네릭은 말하자면 신약개발로 가는 징검다리인 것이다. 그런데 이 징검다리 마져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 정책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