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폐동맥 고혈압

아내 없이는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성수근씨

2008-06-19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부부는 촌수가 없어 무촌이라고 한다. 자식보다도 부모 보다도 가까울 수 있다는 말이다.

기쁠 때나 슬플때나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부부다. 그래서 부부의 힘은 크고 위대하다. 성수근(48)씨는 지금의 부인이 없었다면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병자인 성씨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저녁에 소변을 보거나 음식을 먹거나 문밖을 나서는데도 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아내의 사랑은 크고 위대하다

사랑의 힘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45살 때까지 성씨는 그런대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 돈도 벌고 인생의 부족함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폐동맥고혈압이 발병되면서 부터 그의 삶은 한 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사실 폐동맥고혈압 발병 사실을 안것은 나빠진 간을 이식하는 준비단계에서 였다.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았지만 폐동맥고혈압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성씨는 다국적사 쉐링이 생산하는 벤타비스라는 흡입용 고혈압약을 통해 혈압을 조절할 수 있었고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폐동맥 고혈압은 치료불능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

간이식 수술 성공 하지만 폐동맥 고혈압 가로막아

성씨는 대화 중간 중간에 목소리가 잦아 지면서 단어가 끈겼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특징인 호흡곤란 때문이다.

평지를 아주 천천히 걸어 갈 수는 있지만 곧 주저 않아야 되고 계단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 하다. 성씨를 괴롭히는 것은 호흡곤란 뿐만이 아니다.

 간이식 환자들이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 제 등의 부작용으로 신장도 나빠지고 당뇨도 왔다.

양쪽 눈은 백내장과 녹내장이 침범해 어떤 때는 시야가 흐리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틀에 한 번 혈액투석 까지 받고 있다. 산소호흡기가 없으면 하루도 생명을 연장하기 어렵다. 삼성의료원에 다니고 있는 성씨는 이식외과 내분비내과 소화기내과 안과 등 병원의 거의 모든 진료과를 돌고 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보험적용에 두 번 울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보통 2-3개 앰플을 사용하는 흡입용 벤타빅스는 한 앰플에 비보험일 경우 3만원을 한다. 그런데 보험 자체가 까다롭다.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신장 검사를 해서 크리아틴 수치가 3.0을 넘어야 한다.

보험이 되면 5,6천원을 하는데 수치 때문에 3만원을 내고 한 앰플을 사기도 한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이뇨제나 혈압용해제 한독약품의 트라클리아, 화이자 비아그라 등 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해야 한다. 비아그라도 보험이 안되면 1만 4천원을 내야 한다.

비아그라의 성분인 실데라필만을 추출한 화이자의 리바티오는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다. 화이자는 20미그람에 8천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공단은 그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와 비교했을 때 100미리그람이 1만 4천원이므로 20미리그람인 리바티오의 8천원은 너무 가격이 높다는 것이 공단의 주장이다. 하지만 화이자는 가격을 내릴 의사가 없어 환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성장시 자녀 생각 하면 눈앞이 가려

성씨는 " 4-5월 경에 나온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도 소식이 없다" 고 답답해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씨가 순수 약값만으로 지불하는 돈이 한달에 100만원을 넘고 있다.

한 때 성씨는 세 자녀에게 모두 방 하나씩을 줄 수 있을 만큼 넓은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수년간 병치레를 하면서 방 두칸 짜리로 옮겨왔다.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인 아들 딸들에게 가장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아버지는 말끝을 흐렸다.

"자식들이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갑작스런 경제파탄으로 아이는 물론 아내에게 잘 해 주지 못해 늘 미안합니다."

성씨의 말이 또 끈겼다.

한 참 후 성씨는 " 이 병은 발병 후 통계적으로 3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물론 10년 이상을 산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여유를 부리면서 살아갈 병은 아닙니다. 죽음이 임박했다는 두려움이 항상 따라 다녀요.

한줄기 희망의 끈을 부여 잡다

병이 나아야 사회에 나가 재기를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 지고 누워서 지내는 것이 우울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성씨는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재활에 열심이다.

폐동맥 고혈압의 80%는 원인 불명이다. 나머지 20%는 심장이상이나 루푸스 아이젠뱅거 증후군 때문이다. 치료약이 없다. 환자수도 전국에 1,000명 밖에 없어 제약사나 정부도 사실상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