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레트 증후군

2008-05-19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영이지만 실제로는 치료하기 힘든 희귀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간혹 영화를 보면 자폐아들이 물건을 집어 던지고 소리치면서 험상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 부모 마음은 얼마나 찢어 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우리주변에는 이런 가족들이 있다.

레트 증후군 환자를 둔 유상순씨(가명)네 가족도 늘상 이런 고통과 마주치며 살고 있다. 아들과 딸 하나씩을 두고 있는데 둘째인 딸 아영( 가명)이가 문제다.

가슴을 쥐어 뜯고 새소리 같은 깍깍 소리 내기도

가슴을 두 손으로 쥐어 뜯거나 손을 입에 집어 넣고 새소리 같은 깍깍 소리를 내면서 이빨을 쉬지 않고 갈아댄다. 

남아 날 이빨이 없을 것 같아 연세대 치과 김은동 교수와 상의해 아예 마우스피스를 끼울까도 생각했으나 이마져도 여의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엄청난 굉음처럼 소리를 지르고 기분이 좋으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소리를 낸다고 해서 언어소통이 되는 그런 단어를 내뱉지는 못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영이를 보는 부모 심정은 어떨까. 아버지 유씨는 "어떻하느냐, 그래도 내 자식인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힘이 있었다.

아영이는 어릴 때 부터 이상증세가 있었다.

어릴 때 부터 이상증세 보여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돌이 되도 엎어지거나 뒤집지 못했고 발육도 더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레트 환자 보다는 상태가 좋다는 것이다. 조금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모로 볼때는 별 이상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눈 여겨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빠는 이 병원 저병원 전전하면서 CT,MRI 등 별 검사를 다 했으나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었다.

병명을 알 수는 없었지만 염색체 돌연변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이럴 즈음 환자의 전형적인 특징을 아영이도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오는 것이다.

갑자기 쓰러지는 대경기는 물론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소경기 등 경기도 가지가지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별약을 써도 안듣던 것이 라미탈이나 세로노 등을 먹고 어지간히 잡혔다.

그러나 이들 약은 간독성이 심해 계속해서 장기간 사용하는데 무리가 따랐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오는 경기

약으로도 안되면 식이요법을 통해 조절해야 된다. 이런 특이성 때문에 서울대 소아정신과 채종희 교수는 레트와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레트 교수님이라고 유씨는 말했다.

유씨는 "아빠보다는 엄마들이 더 힘들다"고 했다. 아빠들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로 출근하면 잊어 버리기도 하고 다른 일도 볼 수 있지만 엄마들은 하루종일 환자와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 가족 중에는 우울증에 걸린 경우도 많다고 했다. 레트 처럼 유전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밝혀진 경우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 이를 극복하고 더 큰 가족 사랑을 꾸며 나간다.

"엄마들은 목숨을 걸지요. 자식 건강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정상이지만 이제 겨우 9살인 아들 뒷바라지도 해야 하니 오죽 힘들겠어요."

유씨는 그래서 틈나는데로 가사일도 돕고 아영이도 돌보는데 힘을 보탠다.

부모 마음 같지만 엄마들 더 힘들어 해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장기간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20%의 본인부담금도 무리가 따른다. 또 미국이나 일본처럼 환자를 위한 치료시설이 제대로 안되 있는 것도 불만이다.

"사설 기관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30분에 4만원 정도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복지관은 8천원인데 전국에 몇 곳 되지 않아 불편이 많습니다.

 다행히 인천 계양구에 있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노틀담 복지관을 1년간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마져 1년 사용 기간이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아빠는 대기자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환자는 전국에 1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들은 서울대 채종희 교수나 고대 구로병원 소아정신과 은백님 교수에게 치료받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환자는 22살이고 19살 4명 18살 5명 이다. 환자는 아들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딸에서만 보이는데 아들은 정상이다. 정상이 아닌 아들은 사산한다.

재활치료 위한 저렴한 복지관 더욱 늘려야

유씨는 "레트 환자 가족들은 누구나 이 질병이 좋아질 수 없다는 것, 점점 나빠진 다는 것, 그리고 완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가닥 희망을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그는 한가족 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아영이를 매일 볼 때는 모르는데 어느 날 1년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면 현재보다 훨씬 나빠진 것을 알 수 있어요. 1년전 사진에서는 요구르트를 제 손으로 떠 먹을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 합니다."

유씨는 현재 이 질환 모임의 단체장을 6개둴 정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1년 넘게 환우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