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미국 의료 정책의 문제점

3."한국은 미국을 배우려 하지말라"

2003-03-14     의약뉴스
비용증가대처와 근로자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고용주



건강보험에서의 비용증가는 건강보험시스템 내에서의 주 주체세력간의 복잡한 비난게임(Blame game)을 조장하였다. 즉 환자들은 너무 많은 진료를 요구하고 비용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의료공급자들은 과다진료를 계속하고, 높은 수가를 보상받기 위해 협상력을 높이는데 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정치인들은 특정 급여 확대를 주장하거나 환자의 권리확대 등에 집착할 뿐 재정악화로 인한 무보험자 양산에 대안 제시를 외면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비난 게임에서 65세 이하 미국 국민 2/3이상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있는 사용주들도 예외 일수 없다.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Sears Roebuck & Company 의 경우를 통해 알아보자.

경기 침체전에는 전체 종업원 275천명 가운데 약 87%가 여러 종류의 HMO에 가입하였고, 비교적 높은 의료보험 급여수준을 유지하는 기업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의료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실을 목격하였고, 최근에는 보험회사로부터 보험료 50% 인상 요구에 직면하였다.

그 결과 기업주는 종업원들에게 진료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하는 한편, 종업원의 의사선택권 등 의료기관 이용시 제약을 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종업원에 대한 건강보험 제공이 어렵게 되자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 현실에 대한 비난을 의료계, 정치권으로 돌리고 있다. 기업주들은 의료기관이 방만한 경영으로 발생된 재정악화를 보험회사들은 보험료인상으로 대처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노인인구 증가와 의료 기술의 진보 때문에 의료비가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근로자와 일반국민들은 기업들이 의료비증가와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이유로 본인부담금을 부과하거나 급여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킨다고 비난한다.

결론적으로 기업주에 의한 건강보험제공위축은 국민들의 의료이용에 대한 접근을 제약하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진료를 못받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Medicaid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 정부



지난 수십년 동안 연방 및 주정부는 국가로부터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장애인·특정 만성질환자 계층이 최후로 기댈 수 있는 보루로서 보험자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망 구축이 최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적용확대 과정을 통해 심각한 재정불안을 겪었다.

점차 대상자를 넓혀온 결과 미국 국민 7명 중 1명이 Medicaid 수혜대상자가 되었고, 이에 따른 예산 증가로 대부분의 주에서 항목별로는 교육예산 다음의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을 Medicaid에 지출하고 있을 정도다.

주 지사들이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연일 연방정부를 상대로 호소하고 있지만, 이미 Medicaid 예산의 57%를 보조하고 있는 연방정부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지원은 불가하다고 거절하고 있다. 대신에 연방 보조금의 집행을 신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 정부에 허락하는 정도로 대처하고 있다.

따라서 Utah 주는 가입 대상을 넓히기 위해 기존 수혜자들에게 준 급여를 축소하는 정책을 최근 채택하였다.

최근에는 Medicaid에 지출되는 의료비용을 억제하기 위한 모든 조치들이 도입되었다. 예를 들면, 본인일부부담금을 인상하거나 일반의약품의 사용 권장 같은 것이다. Washington 주 가 최근 일반의약품 대신 고가약을 처방받을 경우 $5를 본인부담시킨 것과 비응급 상황에서 응급진료를 받은 경우 $10를 부담케 한 조치가 그 예이다.

일부 주에서는 의사들과 병원에 지급하는 진료비를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일부 의사들이 진료수가가 낮은 것을 이유로 Medicaid 환자들의 진료를 거부하는 현상이 야기되었다. 또한 14개 주에서는 성인들에 대한 치과진료 등을 급여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최근 대부분의 주는 지난 2년 동안 매년 평균 19.7%씩 증가하고 있는 처방약품비에 대한 지출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놓고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해결책



지난해 여름 North Carolina 대학의 강연에서 Bush 대통령은 "당장, 급증하는 진료비용이 보건의료의 유용성을 현저히 제약하고 있다. 그리고 비용증가는 많은 사람들을 무보험자로 전락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현상이며 문제이다"고 연설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연설내용은 10년 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면서 한 연설과 흡사한 내용이다. 이는 10년 동안 의료보험의 문제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문제는 비용문제로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을 치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급진료에 대한 선호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미국민들의 습관과 보건의료에 대한 어떠한 규제에도 불만을 표출하는 대중들이 있는 한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은 보건의료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fundamental cultural shift)이 요구된다고 역설한다. 쉽게 말하면, 의사와 환자들이 의료비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아울러 효과성이 입증된 치료에만 한정하여야 함은 물론, 더 많은 진료가 반드시 더 좋은 진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다.

실제로 90년대에 골수이식이 악성 유방암 치료에 광범하게 사용되었는데 이러한 치료방법은 기존의 일상적인 치료요법보다 좋은 방법이 아니었음에도 선호된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방법으로 탁월한 방법이 아닌 호르몬 투여 요법도 수백만명의 미국 여성에게 투여되었다.

이것들이 비용-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막대한 의료비가 비효율적으로 사용된 사례라 하겠다.

이러한 것을 예방하고 더욱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적인 치료에 비용을 투입하기 위한 기준을 개발하고 비용-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업무를 총괄할 새로운 연방정부기구가 제안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평가할 독립된 기구의 신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동의하지만 이익단체들의 압력으로 결국 새로운 기구 설립이 현실화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방의회를 비롯하여 각종 단체와 전문가들이 각종 대안을 제시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많은 전문가들이 무보험자를 없애기 위해 장기적으로 Medicare와 Medicaid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이는 종국적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강화하는 길이 된다고 보아 민간보험회사와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미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참으로 복잡하다. 시스템 자체도 그러하거니와 이를 둘러싼 제 시각도 매우 복잡하여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현재처럼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CMS에 근무하는 직원들 조차도 저들의 시스템은 누더기조각(patchworks)이라고 한 것이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지난 2월 7일 아시아재단 주최로 한국에서 개최된 학회에서 발제를 한 Wharton 대학의 Kissick 교수가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발제 결론이 "절대로 한국은 미국에서 배우려고 하지 말라"가 될 것이라고 필자에게 농담조로 한 말이 새삼스럽지 않게 들린다.



전창배
/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
/ 외대 국제관계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