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연골무형성증

2008-02-18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31세의 다 큰 어른이 키가 123센티미터다.

요즘같이 발육이 좋아 청소년의 키가 서구형으로 커진 세상에서 123센티미터는 아주 작은 키에 속한다.

과거에도 이 정도의 키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뒤에서 한마디 수군거릴 정도로 눈에 띈다.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이 정도의 키는 심각한 상태다. 주인공은 황정영씨다. 황씨는 왜소증 환자 가운데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부모는 출생한 아이 보고 단번에 질환 알아차려

어느 질환이든 심각하지 않은 경우는 없지만 그래도 이 질환은 생명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는다.  황씨는 태어날 때부터 환자였다. 왜소증의 하나인 구루병은 출생 4개월 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연골무형성증은 보통 사람들이 봤으면 잘 모르지만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가 보면 틀림없이 유전자를 물려 받은 환자라는 것을 금방 눈치채게 된다. 직감 때문이다.

황씨의 부모는 아이를 보자 마자 손가락과 발가락의 생김새를 보고 절망했다.

커가면서 두상이나 상체가 크고 팔 다리가 짧고 안으로 오그라 드는 0 자형의 전형적인 질병 양태를 보였다.  절망은 더욱 굳어졌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이 난장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말로 해서 안되면 욕도 하고 패주기도 하면서 황씨는 서서히 자아를 찾아 갔다.

두상이 크고 손 발이 짧고 안으로 오그라 들어

이런 황씨를 보면서 부모는 건강하게 태어난 다른 아이들 보다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떠돌이 직업에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황씨도 어려서 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무언극이나 판토마임 같은 것을 사람들 앞에서 공연했다. 전국이 그의 활동무대 였고 삶의 터전이었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워 빼먹기 일쑤였지만 대학교까지 마쳤다.

" 교장선생님에게 말씀드렸지요. 학교를 빼먹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요. 하지만 틈틈이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아 고등학교까지 마쳤고 그것은 오늘날 제가 있게한 힘이 됐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갔다.

전국이 공연장이었고 장터가 무대였다. 박수갈채를 받으면 으쓱했고 돈을 벌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의 응어리까지 완전히 없앨수는 없었다.

박수소리에 힘이 났지만 딴따라는 무대에 서는 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예술적 자부심에 긍지가 일었지만 이것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작정했다. 결심을 하니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박수갈채 힘이 났지만 내 길은 아니다 판단 내려

거뜬히 대학에 입학해 졸업을 했다.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송해룡 교수를 만나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바로 작은키 모임을 만들고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 자신과 같은 환자들의 권익을 찾아 주고 좀더 많은 정보 교환과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황씨의 다짐이다. 지금 전국에는 황 사무국장과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500여명 등록돼 있다.

하지만 전국에는 2만5,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자들은 모임을 몰라서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세상에 나오기 싫어서 가입이 안된 경우도 있다. 황 사무국장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회원으로 가입시켜 혜택을 주고 싶어한다.

환자에게 필수적인 수술비를 보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작은키모임 환자와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환자들은 보통 3번이나 5번 정도의 수술을 해야 하는데 한 번 수술비가 500-1,000만원 정도 든다. 보장구를 사고 외래비용 까지 포함하면 1,500만원 이상이다. 환자에게 이같은 수술비는 감당하기 어렵다.

작은키 모임은 골프선수 미셀위등의 후원금이나 다른 자선단체등의 모금 등을 통해서 수술비를 마련한다.

환자 많이 가입시켜 권익 향상에 힘쓸 떠

" 환자들은 거울을 보면서 거울속에 있는 자신과 같은 이상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것은 단견입니다.모여서 힘을 합치고 그래서 권익을 찾아야지요."

 황사무국장은 150명 정도가 참여하는, 조만간 열리는 정기총회를 통해 회원가입을 크게 늘릴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