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비급여, 병원-환자단체 난타전
환자단체... "피해자는 병원 아닌 환자"
2007-10-10 의약뉴스 김선아 기자
9일 오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창엽) 심사평가정보센터 주관으로 열린 ‘임의비급여의 쟁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심평포럼에서 박상근 병원협회 보험위원장과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이 각각 주제발표를 맡아 임의비급여를 둘러싼 병원과 환자측의 의견을 각각 발표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보험위원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저부담-저수가의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고효율의 의료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각종 규제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공급자와 여전히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중증질환에 걸리면 가계 파탄을 걱정해야 하는 가입자가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저부담-저수가-저급여 정책의 문제를 공론화해 적정 부담의 필요성을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적정부담-적정수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한된 건강보험재정의 틀 안에서는 비용 효과적 논리의 도입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임의비급여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공개적이고 세세한 지침을 만들고 상시 이를 보완 수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모호한 해석의 차이로 의료소비자 및 의료공급자의 피해를 줄이고 분쟁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 신뢰와 상호 존중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의 공공적인 특성 및 의료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국가 재원의 투입 및 보상적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은 “임의비급여의 피해자는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라며 “마치 의료기관이 임의비급여의 유일한 최대 피해자인양 논의되고 있는 현재의 임의비급여 해결 양상에 대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 사무국장은 특히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사항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받는 경우 임의비급여를 합법화 해달라고 하는 병원계와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학적·임상적 근거에 기초한 것이라면 사례별 심사를 통해 충분히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의 번거로움과 근거 첨부의 수고로움 때문에 임의비급여로 환자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안 사무국장은 “만일 정부가 합법적 임의비급여를 인정한다면 이는 제2의 선택진료제를 탄생시키는 것으로써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임의비급여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임의비급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계속적으로 증가해 결국 공적 건강보험제도를 약화시키고 국민들로 하여금 민간보험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혜택은 환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임의비급여는 이러한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병원계와 의료계에서 임의비급여를 해소할 수 있는 각종 절차와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비급여 해소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석준 교수는 “저부담-저급여에서 적정부담-적정급여로 개선시키기 위해 사회보험의 재원조달 문제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팀 박인석 팀장은 “급여결정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립대학병원장협의회 박창일 회장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할 경우에도 임의비급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의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실 정정지 실장은 “임의비급여와 관련된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의료계에서 적정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