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척수성근위측증

2007-08-07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같은 질병이라도 증상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올해 14살인 김수영( 가명) 양은 '타입 투' 형태라 다행히 앉아서 공부할 수 있고 휠체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공부도 곧잘 해 가족에 기쁨을 주기고 한다.

어머니 박인자( 가명)씨는 그런 딸을 볼 때마다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처지가 비관스러워 한숨을 쉬기도 한다.

수영이는 돌이 지나면서 부터 이상증세를 보였다. 혼자서 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잘 뒤집지도 못했다.

외관상 별 이상이 없고 잘 컸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큰 병원으로 향했다.

아산병원에서는 단순지체라고 진단했으나 여의도성모병원 재활의학과 문정림 교수는 척수성 근위측증이라고 확진했다.

의사는 10살 전후에 사망하니 살아 있을 동안 잘해줘라는 말로 어머니를 위로 했다.

하지만 수영이는 지금 14살이다. 어머니 박씨는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살수 있고 예후도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첫 아이가 이런 상태이고 보니 둘째아이는 낳을 엄두를 못냈다. 25%의 확률, 다시말해 1/4분의 위험성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박씨는 수영이의 처지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다고 조금은 편하게 말했다.

" 남들처럼 탈선할 염려를 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리고 유괴될 이유도 없고요. 그런 면에서는 참 마음이 편해요."

수영이가 착하다고 어머니는 말끝을 흐렸다.

공부도 잘하고 사교적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 장래 희망은 의사라고 한다. 자신처럼 고칠 수 없는 질병을 타고난 아이들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겠다는 것이 수영이의 희망이다.

과거에는 이런 질환의 경우 증세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지금은 나아지지는 않지만 현상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수영이가 그런 상태다. 잘 관리만 해 주면 지금보타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재활치료에 열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중력이 있는 쪽으로 몸이 굳어져 앉아 있을 수도 휠체어를 이용할 수 도 없다는 것. " 남편은 잘 도와줘요. 신생아 때부터 살펴 주고 서로 위로하고 이해해 주죠."

박씨는 간혹 불치병을 가진 가족들이 서로 책임공방을 하다 갈라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이 아이 한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아이들 통해 오히려 가족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지고 사랑이 깊어 진다고 했다.

" 치료약이 없는 것, 다시말해 희망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 아이 하나 제대로 고칠 수 없다니 슬픔이야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다행히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부지원도 받고 있다. 하지만 매번 병원을 가기 어려울 때 개인 물리치료사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때는 1시간에 6,7만원이 들어 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 

아이가 크면서  엄마 혼자 아이를 감당하기가 벅차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경우가 생겨 누군가 돌봐 줘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수영이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힘주어 말했다.

현재 수영이는 몸이 많이 상해 있다. 근육이 틀어져 각종 장기를 누르고 폐와 심장이 정상인에 비해 턱없이 약하다. 병 자체 보다는 이런 이차적인 질병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폐나 심장 이상은 곧 호흡곤란으로 이어져 심각한 상황에 치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 병은 전국적으로 5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온라인 상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환자들은 1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