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세상, '세브란스 정상화 촉구'

'의료서비스 질 향상 원칙'으로 해결 주장

2007-07-24     의약뉴스 박현봉 기자

보건의료관련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오늘(24일) 세브란스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건강세상은 먼저 중앙노동위의 중재가 주요쟁점이 아닌 임금협상으로 사안을 좁게 해석해 다른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은 세브란스의 주요쟁점은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다인병상 확대 ▲간호등급 상향 조정 등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중노위의 중재는 오히려 노사간 대립만 격화시켰다는 것이다.  

건강세상은 세브란스 파업의 원인으로  첫째로 노사관계에서 병원측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적된 불만과 피로를 지적했다. 

둘째로 세브란스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고용의 불안정성’과 ‘노동강도’ 등 노동조건이 근본적인 불씨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로 병원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 노조를 없애버리겠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세브란스병원 노동자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건강세상의 성명서 전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상화를 촉구한다

1. 18년만에 벌어진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의 파업이 오늘로 15일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환자와 시민의 고통과 불만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 정상화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번 세브란스병원의 장기파업 사태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며 병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노사 양측에 강력히 촉구한다.

2. 우리의 의견을 밝힘에 앞서 먼저 지난 7월 23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양측에 제시한 ‘권고안’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번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의 파업에서 주요 쟁점은 ‘임금’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노조도 ‘임금’이 주요한 요구사항이 아님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노동조합의 주요한 요구사항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되는데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 다인병상 확대, ▲ 간호등급 상향 조정이 그것이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임금인상에 대한 권고안만 제시했을 뿐, 간호등급의 상향 조정은 ‘노사가 협의하여 정한다’고 한 발을 빼고 말았다. 더욱 답답한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다인병상 확대’에 대한 의견은 아예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이렇게 볼 때 중앙노동위원회는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의 파업이 ‘임금’이 중심적인 쟁점인 것처럼 잘못 파악하고 있거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쟁점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임금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고 병원측에서는 노동조합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은 노사의 감정만 건드려놓아 병원의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되고 말았다.

3. 우리는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의 파업이 발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노사관계에서 병원측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적된 불만과 피로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그동안 새로운 병원을 짓는 과정에서 그리고 국제적 표준심사인 JCI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병원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금은 참아야 한다’는 강요로 묵살하며 노동강도를 강화해갔다. 이런 힘든 상황이 종료되자 병원 노동자들은 나아질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때 병원은 직원들에 대해 ‘다면평가’를 실시하여 ‘경고장’을 보내는 등 그동안 참고 병원에 협조해왔던 직원들을 격려하기는커녕 칼을 겨눈 자세를 취했다. 이것! 파업의 1차적 원인이 되고 말았다.

둘째, 세브란스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고용의 불안정성’과 ‘노동강도’ 등 노동조건이 근본적인 불씨가 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간호등급의 상향 조정’을 내건 이유가 이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요구와 함께 ‘다인병실 확대’를 요구하여 병원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병원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요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병원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 병원측이 이번 협상과정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조합을 없애버리겠다는 인식이 세브란스병원 노동자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 또한 병원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4.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병원이다. 우리는 이번 세브란스병원의 파업사태도 노사가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병원답게 풀어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시민과 환자의 입장에서 이번 세브란스병원 파업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우선적인 원칙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병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의료서비스의 질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우리는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이해하지 않으며, 진지한 자세로 노사협상에 임할 것을 병원측에 촉구한다.

5. 우리는 병원 노동조합이 환자의 입장에 서서 병원측에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촉구하는 공익적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그렇게 해야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병원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이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노사관계는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는 점을 20세기 한국사회는 교훈으로 남겨주고 있다. 21세기를 앞서 나가는 세브란스병원이 우리나라 최고병원다운 노사협상의 자세를 보여주기 바라며, 조속한 시일내 세브란스병원의 정상화를 우리나라 모든 환자들의 마음을 모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