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올 인', 한 약사의 뒤늦은 참회

일반약 한약 황금비율 이뤄야 생존... 터득

2007-06-20     의약뉴스 박현봉 기자

주변에 병원이 40군데나 있는 강남 요지에서 유일하게 약국을 하는 한 약사가 있었다. 처방전이 몰릴 때는 하루에 수백 건은 예사였다. 의사들의 문의도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고가약 처방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작됐다. 한번 조제할 때 70~80만원의 약을 짓기도 했지만 조제료는 2만원도 안됐다. 또 고가약 처방의 변경주기가 짧아지면서 고가약이 재고로 쌓이기 시작했다.

처방전을 제때 소화하기 위해 근무약사도 늘려야 했다. 근무약사를 7명까지도 고용한적도 있었다. 그는 근무약사들에게 ‘친절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조제하라고 교육했다. 바쁜 조제과정상 자세한 상담은 힘들었다.

그런데 약국에 환자들이 많아졌지만 수익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건물주는 환자가 많아진 것을 보고 임대료를 올렸다. 근무약사를 포함한 약국의 인건비도 엄청났다.

처방전이 넘쳐도 약국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보고 꼼꼼히 분석해 본 결과 그는 ‘처방전만으로 약국을 경영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처방전의 비중을 줄이고 일반의약품 판매와 상담, 한약 등의 비중을 높였다. 마진이 높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면 조제 30건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다.

처방을 줄이면서 생긴 여유시간에 자세하고 친절한 상담은 환자의 만족도와 매출을 높이는 데 기초가 됐다.

환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환자가 결정하는 형태로 상담에 응하고 대체조제 했다. 역시 환자의 만족도와 신뢰가 높아졌다. 한산해진 약국을 보며 건물주도 더 이상 임대료 인상을 고려하지 않게 됐다.

이 약사의 사례는 실제로 처방전에만 매달리는 약국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야기다. 더 심각한 경우는 인근의 병원이 옮기고 경쟁약국이 생기는 경우다. 수익성은 급락하고 비용은 줄지 않거나 더 높아지게 된다.

이 약사는 “약국경영의 황금 비율이 지켜져야 환경의 변화에도 약국을 유지할 수 있다”며 “환자와의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하도록 근무약사를 교육시키고 일정 이상의 규모로 물리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약사들에게도 이 점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