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부담 사회가 함께 나눠야
서울대병원 호스피스 실장 허대석 교수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한국인 사망원인 1위다.
매년 12만여명의 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이중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가 과거 10년전 10% 내외였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종을 앞두고 있는 말기암 환자와 보호자는 매우 큰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으며 3차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병상부족으로 다른 환자들이 입원을 하지 못하는 등 양쪽 모두에게 큰 손해를 안겨주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말기암 환자의 편안한 임종을 돕기 위한 호스피스 제도가 이미 보편하돼 있고 정책적 인프라도 구축돼 있지만 한국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수준은 최하위이다.
서울대 허대석 교수(호스피스 실장)는 “호스피스에 대한 정부지원이 2003년 1억 6,600만원, 2004년 2억원, 2005년 2007년 11억 5,000만원에 불과하다”며 “‘care’개념을 도입한 호스피스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암협회가 주최한 ‘호스피스 제도화를 위한 방안 마련’ 심포지엄에 참석한 허대석 교수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 호스피스 제도, 왜 필요한가?
“말기암 환자와 그 가족들까지 함께 계산하면 매년 수십 만명의 사람들이 임종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당사자들만의 책임으로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사회가 함께 나눠야만 한다.”
- 말기암 환자들 중 대부분이 병원에서 사망하나?
“절반은 가정에서 나머지 절반은 병원에서 사망하고 있다. 가정에서 임종하는 환자의 경우 부적절한 통증관리를 통해 의료제도에서 방치되고 있고, 의료기관에서 임종하는 환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노출되고 있어 윤리적인 갈등과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호스피스 활동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1965년 강릉 갈바리병원에서 아시아 최초로 호스피스 활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호스피스를 정규 의료제도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제도 정착을 위한 움직임이 미비했다.”
- 호스피스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의료제도 전반에 걸쳐 환자의 보살핌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 아울러 의학교육과정에서도 환자의 임종 관련 상황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의사들조차도 호스피스에 무관심하다. 또한 호스피스 진료로 인도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 조건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중단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연명치료의 중단을 소극적 안락사로 받아 들여 과민반응에 가까울 정도로 거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를 ‘회생가능성’과 ‘연명가능성’ 여부에 대한 구분이 속히 검토돼야 한다.”
- 호스피스 제도의 미비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있다. 3차 의료기관에서는 장기 입원 환자가 늘어나 급성질환자의 3차 의료기관 입원이 지연되고, 1·2차 의료기관의 경우 병실 활용률이 저하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들을 3차 의료기관에서 1·2차 의료기관으로 연계해 주는 시스템이 미약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먼저 환자들의 경우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1·2차 의료기관이나 호스피스 기관으로)옮기려 하지 한다. 또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가 되니까 보내느냐’는 불만을 드러내기 쉽다. 대학병원 측에서도 ‘실력이 없어서 치료를 중단하고 다른 곳으로 보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호스피스는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채 질병이 점차 진행됨으로써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질병의 마지막 과정과 사별기간에 접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제공되는 전인적인 의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