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업사원의 '기막힌 이야기' 격정 토로
부당행위 강요...목표 채우기 벅차
제약기업들의 부당영업관행이 판을 치고 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제약사들이 ▲월말 허위주문서 발행-월초 반송 ▲ 업체 간 심각한 과당경쟁에 따른 회사의 무리한 영업실적 강요가 계속되고 있다.
또 목표에 못 이긴 영업 사원 개인이 자기 돈으로 부족분을 채우거나, 팔지도 못한 물건 값을 대신 내는 일 등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11조 원 규모의 협소한 국내 제약 산업에서 대략 200여 개의 제약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매출경쟁이 불을 뿜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영업직원이 의약뉴스와 8일 인터뷰 통해 부당영업관행에 대해 ‘기막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이러한 악순환 고리의 시작점에는 회사의 무리한 목표 강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사는 영업사원에게 절대 실현가능한 목표를 부여하지 않는다. 회사경영을 하려면 이 정도의 도전 목표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영업사원들의 근본 멍에는 바로 무리한 목표를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영업직원으로 입사할 때부터 목표를 갖고 판매해야 하는 업무임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면 현재 제약사들의 영업행태 현주소가 궁금하다.
“올곧게 거래선을 열심히 발로 뛰어다녀도 월말 마감할 때 회사에서 부여하는 목표치에 70~80%한 사람에게 90%로 맞추라고 압박한다. 그러면 ‘허위주문서’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하루아침에 10~20%의 판매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허위주문서를 보고 전산팀, 관리팀에서 약품 배송을 한다. 그러면 약국에서는 원하지 않는 약품이 와 있으니까 월초께 반송을 하게 된다. 가끔 마음 좋으신 약사님들은 물품을 구매해주시기도 하지만 간혹 이로 인해 약사님과 영업사원 간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허위주문서’ 외에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영업직원이 자비로 약품 값을 지불하기도 한다는데.
“실적이 회사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회사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비정석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거래처, 즉 약국에서 필요로 하는 주문량 이상의 '허위 주문서'를 써달라고 하는 것이다. 약국에 그 약이 도착하면 그걸 가져다가 집에 쌓아두거나 정상가격 이하로 다른 루트를 통해 처분하게 된다. 한 영업사원은 집에 3,000만 원어치의 약품이 쌓여 있기도 하다.”
-이밖에 어떠한 불합리한 영업관행이 있나.
“예를 들어 출하가격이 1제품 당 330원 인데, 한 번에 100박스를 구매하면 300원에 주기로 한다. 목표치를 판매하려고... 그러나 만약 그 약국이 우리 회사 제품을 많이 구매해주는 약국인 ‘특가처’이면 회사에서 인정해 주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차액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부당영업관행은 일부 제약사들만 해당되나.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제약사가 해당된다. 또 제약 산업 뿐 아니라 타 산업도 마찬가지다.”
-영업직원들은 회사 매출확대 일등공신으로서 귀한 일을 하지만, 목표치 달성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렇다. 심리적 압박이 심각하다.”
-특히 올곧게 ‘정석영업’을 통해 열심히 거래처를 발로 뛰며 일해도 70~80%에 도달한 영업직원과 ‘비정석영업’을 통해 90~100% 도달한 영업직원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
“맞다. 사실 영업을 잘했다고 회사로부터 칭찬받는 90~100%에 도달한 영업사원도 실은 70~80%에 도달한 경우가 많다.”
-현 부당영업행태에 대해 짚어줬는데, 그렇다면 개선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세금계산서에 대한 원칙이 바로 서 ‘허위주문서’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는 국세청이 손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각 지점의 관리자들의 변화다. 여러 제약사 간 또 자사 내 각 지점 간 매출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매출경쟁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영업직원을 평가할 때 단순히 수치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