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강화, 제네릭 '위기'이며 '기회'
미국 전체 처방약은 50% 차지...국내도 늘어날 듯
진행 중인 한미FTA 협상에서 국내 제약업체들은 지적재산권 강화에 따른 제네릭의약품 출시 지연에 단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겠지만, 약 10%의 상위 국내 제약사들이 대부분 개량신약 및 퍼스트제네릭을 개발·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지적재산권 강화에 따라 ‘제네릭 기반의 악화’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국내 제약기업에 반가운 소식도 있다.
‘건강보험 약제비적정화 방안’ 시행에 따른 전체의약품 시장 위축 우려 가운데 국내 제네릭 제품 수혜가 바로 그것.
그러나 단순카피 위주의 제네릭 제품은 기업의 생산라인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으며, 생동성 시험 및 허가에 소요되는 비용 등 관리비의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 카피위주의 제네릭 생산업체들 간의 경쟁을 지양하고, 각 업체들의 포지셔닝에 따라 신약·개량신약·제네릭 혹은 바이오제네릭개발 등 ‘전략적 경영’, ‘해외시장 발굴’과 벤처기업이나 대학·연구소 등과의 ‘분업모델’을 통해 환경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제네릭 의약품이 활성화 되고 있는 국내외 시장을 점검해 봤다.(편집자 주)
◇미국…제네릭 전체 처방의약품 중 56% 차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제네릭의약품이 전체 처방의약품 중 56%를 차지하는 반면 이에 대한 비용은 단지 13%에 불과할 정도로 제네릭산업이 활성화 됐다.
제네릭의 활성화는 국민 건강권을 확보하면서 의약품 비용을 절감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증권가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8.3건의 대형 블록버스터 신약이 특허가 만료되고 있고 116억 달러(2004년 매출액)의 제네릭 잠재시장이 창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수년 내 전체 의약품 시장의 10%까지 확대
증권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일본 제네릭의약품 시장은 3조원으로 전체 의약품 시장의 4.2%로 낮지만 수년 내에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의 국민건강보험재정 악화로 고가약의 사용을 억제하고 제네릭을 권장하는 제도 도입이 활발하기 때문.
또 혁신적인 신약개발은 어려운 반면 대형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만료는 2005년 이후 지속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정부의 최근 제네릭 촉진정책을 보면 ▲국공립병원 제네릭 사용 권고(2002년) 제네릭 가산점 제도(2002년) ▲포괄수가제도(2003년 4월) ▲제네릭 오렌지북(1997~2008년) ▲선택형 처방전(2006년 4월)이다.
◇우리나라…건강보험 재정 위해 저가약 장려 불가피
우리나라의 경우 저가약사용에 대한 유인체계나 제네릭 의약품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성분명 처방 등 제도적 장치가 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과정에서 저가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그간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켜야 하기 때문.
최근 추진되고 있는 ‘대체조제 인센티브제’, ‘성분명 처방제’ ‘포괄수가제’와 향후 도입이 예상되는 ‘참조가격제’에서도 그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정부의 정책규제로 전체 의약품 시장의 위축 우려 속에서도 국내사들은 성장기회를 엿보고 있다.저가 의약품 처방을 장려하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은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의약품 처방 확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품목들이 고가라면 동일한 효능의 제네릭 품목들은 저가의약품(오리지널 약가의 최대 80% 이하로 형성)으로 구분된다.‘대체조제 인센티브제’의 경우 시행된 지 상당한 기간이 흘렀으나, 일반명 처방과 처방주체인 의사에게 사전 보고하는 시스템 등으로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제도.
그러나 최근 정부는 동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성분명 처방제’ 도입과 사전 보고의 제약을 없애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 시행 시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대체조제 활성화를 통해 제네릭 사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질병군에 대해 확정 진료비를 정해놓는 ‘포괄수가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4개 진료과의 8개 질병군에 한해서 선택적으로 시행 중이나 올해부터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전반적으로 의약품 사용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일정한 진료비 정액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는 보다 저렴한 제네릭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보다 장기적으로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참조가격제’ 도 제네릭 사용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도는 고가 의약품 사용에 대한 부담을 환자 본인에게 지우는 것으로, 상당수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한편,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코자’(고혈압치료제), ‘리피토’(고지혈증치료제), ‘가스모틴’(위장관치료제) 등의 대형 오리지널 품목들이 제네릭화 될 예정이다.
‘코자’의 경우 지난해 기준 시장규모가 약 600억 원이었다.
‘리피토’와 ‘가스모틴’은 각각 약 800억 원, 약 400억 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대형품목. 약 300억 원 시장 규모의 ‘리덕틸’(비만치료제)과 300억 상당의‘글리아티린’(치매치료제)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는 이와 같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제네릭화가 진행될 오리지널 품목의 시장규모는 3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국내 제네릭 제품들의 시장 잠식속도가 빨라지면서 출시 1년 만에 최대 오리지널 품목의 50%를 넘어서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