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말판 증후군
'환우는 환우를 알아 본다'는 말이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환자들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쉽게 판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말판 증후군 환자인 박혜진(34) 씨도 병을 가진 환자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자신 역시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말판 환자가 보면 아! 환우 구나 하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는 것.
박씨는 말판 환자의 특징인 손가락과 발가락이 길고 키가 크고 몸이 호리호리한 증상을 모두 갖고 있다.
키는 177센티미터이며 몸무게는 60킬로그람 정도 나간다. 30대 이후 부터 몸이 불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50킬로 그람 정도였다.
" 저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예요. 다른 환자에 비해서는 말이죠. 지금 건강도 좋고 생활하는데는 큰 불편이 없어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지요."
하지만 박씨는 큰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늘 조심하고 있다.
지난 94년 상행대동맥 박리수술과 판막 교체술을 시행했다. " 좌심실로 가는 혈관이 찢어지고 판막에 문제가 생겨 신부전증이 와 병원에 수술을 했고 다행히 경과가 좋아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요."
수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환자에 흔한 망막박리로 수정체 제거수술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인공수정체를 달고 있는데 수정체를 제거 했기 때문에 원근조절이 안돼 두 개의 안경을 쓰고 있다. 책을 볼 때와 외출할 때 쓰는 안경이 다르다.
혈관도 인공혈관이다. 수술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상시 복용하고 있다. 와파린 외에도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해 베타차단제인 고혈압을 먹고 있다.
" 혈압약 복용에 대해서는 의사 선생님 마다 처방이 조금씩 달라요. 환자들이 많은 삼성서울병원은 꼭 먹어라! 강조하고 역시 환자가 많은 아산병원은 환자의 선택에 맡기고 서울대 병원은 미온적인 편이지요."
박씨는 먹어라, 먹지 마라 이렇게 확실히 처방해주면 좋은데 환자가 선택하도록 하면 혼란이 온다고 아쉬워 했다. 수술과 약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멍이 들거나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아 응급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생리량이 많아 빈혈에 시달리기도 한다. 박씨는 자신이 말판 환자로 확진 받기 전에는 단지 심장이 조금 안좋은 상태인 줄만 알았다. 어릴때 부터 걷기만 해도 숨이 차는 정도였다. 한번은 겨울철이었는데 심한 감기 걸린 줄만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참기 힘든 가슴 통증이 밀려왔다.
평소 다니던 세종병원에 입원했고 말판증후군 확진을 받았다. 그는 지금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심장과 망막 척추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편리성 때문이다. 심장은 내과 김덕형 선생이 안과는 강세웅 선생이 돌보고 있다.
이 질병은 환자마다 개인차가 크다.
심한 경우 20-30대에 고생하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병 조차 모른체 평균수명을 살다 가기도 한다. 유명한 농구 대표선수 였던 한기범씨도 말판 환자다.
현재 국내에는 약 15000명 정도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 카페에 '해바라기 피는 언덕'이라는 모임에는 3백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 병에 대한 완치는 없다. 발병원인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고 간혹 돌연변이가 나타나기도 한다.박씨의 경우는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심하면 발병도 빠르고 병도 악화돼요. 회원 가운데 30-40대가 많은 것을 보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저도 스트레스 관리하면서 질병을 이겨내려고 합니다."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있는 박혜진씨가 병을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계속 살 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