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엔 바람 이파리들만 달려 (185)

2006-12-21     의약뉴스 김은주 기자
나뭇잎들 떨어진 자리마다
바람 이파리들 매달렸다

사랑해 사랑해
나무를 나무에 가두는
등 굽은 길밖에 없는 나무들이
떨어진 이파리들 아직도
매달려 있는 줄 알고
몸을 흔들어 보았다

나는 정말로 슬펐다 내 몸이 다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이 흩어져버리는 몸을 감당 못해 몸을 묶고 싶었다
그래서 내 몸속의 갈비뼈들이 날마다 둥글게 둥글게 제자리를 맴돌았다
어쨌든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내 몸 전체에 박혔어
그리고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일 거야 아마

나는 편지를 썼다
바람도 안 부는데 굽은 길들이 툭툭
몸 안으로 몸 밖으로 부러져 나갔다

김혜순-<겨울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