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 약사회장 Ⅱ
상근을 시작하면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분주해졌다.
지부장실에 앉아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궁리하며 일거리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각 기관을 방문해 취임 인사를 하고 유대관계를 맺는 일이 급했다.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약사회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기 위해 외부 기관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행사는 가능한 한 모두 참석했으며 지각을 하지 않도록 서둘렀다.
내부적으로는 임원들과 직원들의 생일과 애경사를 직접 챙겨주었다. 회원 자녀의 결혼식 사진을 촬영해 인천약사회보에 게재하고, 상(喪)을 당한 회원들은 일일이 빈소를 찾아가 위로했다. 이 모두 약국과 사생활을 포기한 상근 회장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매일 아침 신문 기사를 직접 스크랩해 놓았다가 일과가 끝난 후 집필을 하는 것도 큰일거리였다.
그동안 사무국에 위임했던 업무를 직접 관장하고 약사회관 관리에 신경을 기우렸다. 언제 했는지 기록이 없는 정화조를 청소하고 보일러와 배관을 수리해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식사를 준비하며 한 겨울에 찬물에 손을 담그지 않도록 했다. 2층. 3층 화장실의 보일러 난방을 수리하여 겨울마다 위험한 전기난로를 켜놓지 않아도 되었다.
지하 보일러실 창고에 책꽂이 식 철제 앵글을 설치하여 쓰레기더미처럼 쌓여있던 각종 서류들을 정리해 보관했다.
약사회 주차장에 무단주차하며 생활 쓰레기까지 불법 폐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인을 걸 철제기둥을 설치하자 주민들이 산소 용접기를 동원해 절단하기도 했다. 철제기둥에 철근과 시멘트를 부어 재공사한 후 요즘은 주민들을 계도하며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다.
퇴근하는 직원들이 플래시를 켜지 않고도 쎄콤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출입구 안과 밖에 자동센서 등을 설치하고, 감사 준비 등으로 늦게 퇴근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주차장을 밝혀주는 안전등과 타이머 장치를 설치했다.
수강생들을 위해 1층 강의실의 앰프와 에어컨과 히터를 교체하므로 써 학습 분위기를 쇄신시키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눈이 내리거나 장마 때 약사회관 강당 천정과 건물 외벽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1층 창고와 2층 사무실 바닥이 물바다가 되는 것이었다. 우선 건물 외벽의 깨진 PVC 배관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옥상 면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배수관을 추가로 설치해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했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옥상에 지붕을 씌우고 건물 외벽 방수 공사를 하기위해 총회에서 5천만 원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건물을 소유한 원로 약사님들의 조언과 내 경험을 살려 지붕 설치 공사를 포기하고 1천만 원 내외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우레탄 방수로 결론지었다.
공사업자는 100% 방수가 끝났다고 장담했지만 다음해 장마 때까지 기다려 보아야 한다며 3년을 끌어오고 있다. 만에 하나 방수 업자의 말을 믿고 1층과 2층 사무실 바닥 타일 공사를 했더라면 또다시 빗물이 스며들어 엄청난 돈을 낭비했을 것이다.
발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수십 번씩 옥상을 오르내리고 곳곳을 살펴보았지만 건물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완전한 방수는 가망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건물 신축 당시, 옥상에서 1층까지 건물 벽 속에 PVC 관을 매설해 놓은 탓으로 비나 눈이 내릴 때마다 스며든 빗물이 그 관을 타고 1층과 2층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옥상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내려 온 동선이 건물 벽을 관통한 것도 누수의 원인이었다.
부족한 예산으로 지은 탓으로 건물이 노후 될수록 예상도 못하는 곳에서 빗물이 스며들고 있으며 심지어 올해는 내부 전선을 타고 1층 화장실 바닥에 빗물이 흥건하게 고이기까지 했다.
다음에 약사회관을 신축한다면 회원들이 찾아오기 쉬운 장소에 알맞은 규모로 견고하게 지어 상근 지부장이 회관 수리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오직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 회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