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2세, 전문경영인 '도입' 약인가,독인가
황제경영 탈피 변화 적응 VS 불완전 시스템 지적도
그동안 뿌리 깊은 오너 경영 체제가 대세를 이루던 제약업계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이는 창업세대인 1세대의 퇴진과 더불어 2세 경영인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병원마케팅 업무를 총괄해오던 마케팅본부 윤창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이완구 사장과 진수창 부회장은 각각 회장과 명예회장에 선임됐다.
이는 앞서 지난 3월 작고한 고 이규석 회장 사후 이완구 신임 회장 주도의 경영체제를 확고히 하는 한편, 매출 정체 등 그동안의 어려움에서 제2도약 수준의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대웅제약도 지난 5월말 당시 윤재승 사장을 부회장으로 추대하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출신인 당시 이종욱 유한화학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 사실상 투톱 체제를 가동하며 전문경영인 시대의 막을 올렸다.
이후 윤 부회장은 대웅제약의 장기비전과 방향설정, 해외사업, 관계사간 시너지 등 부문을 총괄하고, 이 사장은 연구개발 부문을 집중 관장하는 등 업무 분담을 하고 있다.
이밖에 일동제약도 실질적 오너인 윤원영 회장이 업무에는 관여하되, 실질 회사경영은 이금기 회장을 중심으로 이정치 사장과 설상화 사장이 관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있고, 종근당도 이장한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김정우 대표이사 사장이 업무를 분담하는 투톱시스템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또한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은 창업주인 강신호 회장과 임성기 회장을 중심으로, 김원배 사장과 민경윤·임선민 사장이 각각 뒤를 받치고 있다.
또 김승호 회장과 함께 김상린 사장과 김광호 사장 등 3톱 체제로 가동되고 있는 보령제약은 내년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김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맏딸인 김은선 부회장이 전면에 부상, 실질적인 전문경영인 시대를 개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계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이는 그동안의 황제경영에서 탈피, 최근 글로벌화 되고 있는 새 제약산업 경영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1세대 오너들의 퇴진과 맞물려 2세 경영인들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가속도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제약사 대부분의 경우 아직까지 불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실질적인 전문경영인 체제와는 아직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처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전문경영인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그동안 황제경영으로까지 일컬어지며 오너가 경영정책을 좌지우지하던 때보다는 많이 발전된 모습으로, 앞으로 전문경영인들의 활발한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