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대패와 끌을 가지고 놀던 시절
2006-10-22 의약뉴스
대패와 끌을 갖고 놀던 시절이 있었다.
목수들의 이런 연장이 손에 익었던 것은 12살 무렵 헌 집을 헐고 새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오면 나는 언제나 목수 근처를 어슬렁 거렸다.
목수가 먹줄을 찾기 위해 잠시 한 눈을 팔면 나는 잽싸게 대패를 들고 목수 흉내를 내면서 나무를 밀어댔다.
목수가 대패를 찾으면 옆에 있던 끌로 구멍을 뚫었고 끌을 찾으면 톱을 가지고 나무를 잘랐다. 물론 혼나는 것이 당연했지만 나는 그런 꾸지람을 감수하면서 까지 목수 연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연장이 움직일 때마다 나무가 깎이고 잘리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변변한 장난감이나 놀이감이 없었던 당시에 나는 목수 연장을 훌룡한 놀이기구로 이용했던 것이다.
순전히 나무와 흑으로만 짓는 집은 아마도 한 달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제법 대패질이며 끌질이며 톱질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후 무려 30여년이 넘게 흐른 지금 나는 대패며 톱이며 끌 등 당시 목수가 애지중지하면서 아꼇던 물건들을 사들였다.
누가 혼낼 사람도 없고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에 몇 번 씩이라도 대패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지금 대패질은 장난으로 했던 어린시절의 유희가 아니라 작은 목공예를 하는데 필요한 일이다.
어릴적 재미가 성년이 된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스스로 깨쳤던 대패질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이 이상한 비 오는 어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