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ㆍ치매 진단 핵심인데 10년째 인력 가뭄, 필수의료 핵의학 무너진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글로벌 붐 속 국산 전무”...대한핵의학회 최준영 회장, 제도 개선 촉구
[의약뉴스] 암, 뇌신경질환, 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진단과 치료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의학이 10년 넘게 이어진 인력난과 비현실적인 건강보험 급여 기준으로 인해 한계에 직면했다는 현장의 호소가 이어졌다.
전공의 확보율은 6년 연속 20%를 밑돌아 26개 전문과목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병원에서는 은퇴한 교수들을 재고용해 겨우 진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토로다.
대한핵의학회(회장 유영훈)는 6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개최한 ‘제65차 추계학술대회 및 제25차 아시아핵의학협력기구 학술대회’를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핵의학 현장의 실태를 토로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전공의 지원율 20% 미만, 정년퇴임 교수 은퇴도 못 하고 현장 지켜”
정기총회를 통해 28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준영 신임 회장은 핵의학이 명백한 ‘필수의료’임을 강조하며 후속 세대 양성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그는 “핵의학 전문의는 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중증질환의 방사성 추적자 영상 진단과 방사성의약품 치료를 전담하는 필수 인력이지만, 10여 년 전부터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며 “현재 전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은 신규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정년퇴임한 교수들이 은퇴도 하지 못한 채 100% 재취업해 진료 공백을 간신히 메우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력난의 시발점은 지난 2016년 단행된 ‘F-18 FDG PET’ 영상검사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 축소다.
급여 축소와 무차별 삭감 여파로 진료과 위상이 위축되면서 전공의 지원율은 곤두박질쳤고, 최근 5~6년간 지원율 20% 미만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것.
학회는 단기 대책으로 의대생 대상 ‘핵의학 학생캠프’ 운영, 유튜브 채널 활성화, 학회 무료 등록, 의대생 전용 핵의학 교과서 편찬 등 홍보를 강화해 ‘탈(脫) 꼴찌’를 노리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수련 지원과 수가 정상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가 이하 약가에 공급 중단 반복, 환자 피해로 직결"
약가 및 급여 제도 역시 핵의학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암 환자 뼈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뼈 스캔용 콜드바이알(방사성의약품 조제용 키트)’ 등 필수 진단 약제가 수입 원가보다 낮은 보험 약가 탓에 공급 중단 위기를 겪었다는 전언이다.
최 회장은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쓰이는 뼈 스캔용 콜드바이알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글로벌 제약사의 원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가 인상이 제때 반영되지 않아 공급 중단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슈가 터지고 공급이 끊겨야 마지못해 찔끔 올려주는 땜질식 대응이 아닌, 글로벌 단가에 부합하는 적정 약가 보장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영훈 회장은 “지난해 연말 뼈 스캔 시약의 공급 중단 사태 당시 수입 원장(원가 자료)을 제출했음에도 수가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돼 있었다”며 “지난달 일부 인상이 이뤄졌으나 특수 냉장ㆍ방사선 안전 배송 등 유통 비용조차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마이너스 구조로, 언제든 공급 중단이 재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했다.
◆"최신 의학 근거 못 따라가는 급여, SPECT/CT 수가는 감감무소식"
행위 수가와 삭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암 환자의 필수 검사인 FDG PET의 경우,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암 재발 감시(Surveillance) 효과가 입증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엄격한 삭감 잣대에 막혀 임상에서 적용할 수 없다는 전언이다.
기존 SPECT 대비 진단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SPECT/CT’ 역시 학회가 수년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위 수가가 신설되지 않아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강화된 의료 방사선 안전관리 규제에 따른 인력ㆍ시설 유지 비용 또한 수가 보상이 전무해 병원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토로다.
최 회장은 “최근 단행된 일괄적인 검체ㆍ영상 검사 수가 인하는 중증질환 필수 진료를 직접 타격하고 있다”며 “PET 검사의 좁은 급여 기준을 최신 근거에 맞게 확대하고, 입증된 기술인 SPECT/CT 수가 신설 및 방사선 안전관리 비용 반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사성리간드 치료 열풍, 한국은 뒤처질 위기”
최근 글로벌 항암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방사성리간드 치료(Radioligand Therapy, RLT)’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주문했다.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 등이 잇따라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며 RL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 5위권의 핵의학 연구ㆍ진료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규제와 인프라 한계로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국내 유수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식약처 승인을 받은 국산 방사성리간드 치료제는 전무하다”며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병원 조제실제제 활용 제도 마련, 혁신 신약 R&D 지원, 임상 규제 개선과 함께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국내 생산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방사성리간드 치료는 고가 약제에 비해 행위 수가가 낮아 일선 병원의 임상 도입이 더디다”며 “이러한 제도적ㆍ기술적 과제를 원스톱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정부-의료계-산업계 전문가 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