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응급실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 원론적 수준” 일축

의협ㆍ소아응급의학회 "특수성 반영 전무한 선언적 문구 불과"...“전문가 사전 자문ㆍ소통 절차 신설해야”

2026-11-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최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응급실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으나, 의료계는 현재 논의 중인 안이 현장의 특수성을 전혀 담아내지 못한 ‘원론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중대 강력범죄나 명백한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한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영장 집행 전 의료전문가와의 사전 소통 및 통제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김성근 대변인.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5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복지부와 경찰청의 수사 가이드라인 논의 경과에 대해 “양 기관이 만난 것은 지침 마련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지만, 현재 도출된 초안은 일반적인 압수수색 집행 방식을 나열한 수준”이라며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의료기관,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ㆍ수술실ㆍ분만실 등 생사가 오가는 공간은 감염 위험 등으로 내부 의료진조차 출입을 철저히 기록하며 관리하는 특수 구역으로, 경찰 병력이 현장에서 대기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에게 극심한 심리적 위압감을 준다”면서 “전자의무기록(EMR) 등 필요한 수사 자료는 병원 측과의 사전 소통을 통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음에도 무리하게 물리적 강제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영장 청구 및 발부 단계부터 단순 사법적 판단을 넘어 해당 전문 직역과 논의하고 자문을 거치는 절차를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역시 지난 3일 배포한 성명에서 정부와 수사기관의 가이드라인 초안에 쓴소리를 던졌다.

학회는 “현재 제시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거나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는 조항은 추상적인 기존 수사 원칙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살인 등 중대 강력범죄나 명백한 증거인멸 우려가 확인되는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응급의료 현장의 강제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명문화된 기준을 확립하고, 가이드라인 초안을 의료계에 투명하게 공개해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관철하기 위해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30일부터 경찰청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의협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의료기관 조사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복지부 실무 부서와 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 소아응급의학회 등이 참석해 가이드라인 세부 조항을 두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또한 12일 오후 3시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 앞에서 소아응급의료진을 비롯한 의료계가 집결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진료 현장의 안전 보장과 사법 리스크 완화를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