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에서 마주한 삶과 생명, 의사 화가 28인의 붓끝 예술
한국의사미술회, ‘제21회 그림 그리는 의사들전’ 개최...임상 현장 고뇌부터 인공지능 성찰까지
[의약뉴스] 청진기와 메스를 잠시 내려놓고 캔버스 앞에 선 의사들이 예술을 매개로 세상과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의사미술회는 지난달 31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제21회 그림 그리는 의사들전’의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오는 6일까지 연다.
의료계 중심 공간인 의협회관에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의사 예술인들의 창작 결과물을 조명하는 동시에 의료계와 미술계의 외연을 넓히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개막식에는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을 비롯해 한국미술비전25 황제성 대표, 한국여자의사회 김향 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 김나영 부회장, 한국의사미술회 김정일 고문 등 양측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의사미술회 류광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계를 대표하는 미술인이자 미술계를 대표하는 의료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며 “20회를 넘어 새로운 청년의 열정으로 출발하는 이번 전시회가 의료계와 미술계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료실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마주하는 의사들이 화폭 앞에서는 또 다른 시선으로 자연과 삶을 성찰한다”며 “이러한 예술적 경험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의료계와 예술계가 소통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는 의사 작가 28명이 참여해 임상 현장의 생생한 경험부터 일상, 가족, 시대적 화두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의료현장의 무게와 인간애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성희 부교수는 각종 의료기기에 둘러싸인 신생아의 모습을 담은 ‘너에게 모이는 빛’을 출품해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환아의 유대를 묘사했다.
김화숙 작가는 ‘老母의 忍苦’를 통해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어머니의 표정과 굴곡진 삶을 조명하며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력을 드러냈다.
인공지능 시대를 향한 의학적ㆍ철학적 고뇌를 담은 작품도 등장했다. 이병욱 사무총장은 로봇을 매개로 현대 문명과 기술의 관계를 짚은 ‘AI 시대의 행복’을 선보이며 진료 환경의 변화 속 인간성 회복을 예술적으로 변주했다.
자연 풍광과 일상을 재해석한 작품들도 고르게 소개했다.
김철남 교수(인제대 일산백병원 외과)의 ‘겨울을 준비하며’, 김영진 전문의(서울성애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의 ‘손녀 정하’, 안지영 교수(순천향대 구미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의 ‘내려오는 은총’, 최재걸 과장(안양샘병원 핵의학과)의 ‘월라위의 여인Ⅰ’, 최중환 명예교수(서울의대)의 ‘내 生의 꿈을 찾아서’ 등이 관람객을 맞았다.
개원의들의 출품도 줄을 이었다. 김영철 원장(현대건설기계 부속의원)의 ‘금강산의 가을’, 배성기 원장(성메디칼산부인과)의 ‘나의 가을’, 배영재 원장(테크필피부과)의 ‘풍경’, 유경진 원장(유내과의원)의 ‘시간 속의 봄’, 이강온 원장(온이비인후과)의 ‘숲으로부터-삼능의 소나무’, 이성락 원장(바른등신경외과)의 ‘가을, 꽃들처럼’, 최인수 원장(한별여성의원)의 ‘전주풍경’, 황옥지 원장(장소아청소년과)의 ‘여름 숲’ 등이 각자의 시선을 전했다.
이 밖에도 김정일 고문의 ‘겨울 나들이’, 신규덕 작가의 ‘샹그릴라Ⅱ(동티벳 야딩)’, 심병안 작가의 ‘항구의 아침’, 임동란 작가의 ‘유달산’, 장인성 작가의 ‘from ChaosⅠ’, 장혜숙 관장(혜원갤러리)의 ‘자연의 노래’, 정석영 작가의 ‘동행’, 최창희 작가의 ‘수평선 너머의 기도’ 등 개성 있는 화풍의 회화들을 함께 선보였다.
한국의사미술회는 앞으로도 의협과의 협력 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의료인들의 예술 활동을 매개로 대중 및 예술계와의 접점을 넓혀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