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전 아닌 ‘파이ㆍ생태계’ 집중해야”

박영석 학장 “입지보다 역할, 기존 R&D 쪼개기 경계”...최재원 연구위원 “완결형 생태계가 핵심”

2026-11-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전국 지자체 간 유치전이 이어지고 있는 ‘국립치의학연구원’의 설립 방향을 두고, 단순한 지역 안배 논리를 넘어 연구원의 본원적 역할 설계와 산업 생태계 연계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구광역시와 대구광역시치과의사회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6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입지보다 본원적 역할 중요, 1.8%에 갇힌 R&D 파이부터 키워야”

▲ 박영석 학장.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박영석 학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미래지향적 치의학연구원의 역할 설계’를 주제로 발제를 맡아 치의학계의 자성과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학장은 연구원 설립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에 나선 현실을 짚으며,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혀진 환경에서 ‘어디에 짓는가’라는 입지 논쟁은 본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치과 산업의 생산 성과에 비해 정부 보건의료 R&D 투자가 저조한 현실을 지적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생산 상위 10개 품목 중 치과 품목(임플란트 등)이 3개나 포함될 정도로 산업적 기여도가 높지만, 정부 보건의료 R&D 투자액 중 치과의료 비중은 1.8%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짚었다.

박 학장은 “의정 갈등 이후 정부가 의대 교육혁신에 단번에 551억 5000만 원을 투입했으나 치과계 지원은 미미했다”며 “이 금액은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예상 예산(약 500억 원)보다 큰 규모로, 제한된 재원을 두고 내부 갈등을 빚을 것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원 설립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요소로 ‘기존 R&D 자원의 단순 재배분’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연구원 설립을 명목으로 기존 대학과 연구자들에게 배정되던 치의학 R&D 예산을 연구원으로 이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신규 예산을 증액하는 ‘파이 확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질적 성과가 부족한 과제나 안전 위주의 과제 지원 관행에서 벗어나,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중심의 연구와 인공지능(AI) 조기진단ㆍ약물 개발 등 원천기술로 연구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 목적은 ‘산업 진흥’, 전주기 생태계 갖춘 곳이 최적지”

▲ 최재원 선임연구위원.

대구정책연구원 최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 당위성’ 발표를 통해 보건의료기술 진흥법상 설립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입지적 요건을 설명했다.

최 위원은 “보건의료기술 진흥법에 명시된 연구원의 핵심 임무는 ‘연구를 통한 치의학 산업 진흥’과 ‘기술 표준화 및 성과 보급ㆍ확산’”이라며 “이를 달성하려면 단순 기초연구를 넘어 산업 집적 인프라, 임상 및 인력 양성 체계, 시험인증망, 즉시 착공 가능한 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대구의 치과의료기기 제조 생산액은 4781억 원, 부가가치는 2650억 원으로 비수도권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아울러 치과용 임플란트 부가가치는 전국 상위권을 기록했으며, 메가젠임플란트와 덴티스 등 주요 치과기업 본사가 밀집해 현장 수요 결합이 용이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연구개발(R&D) 체계와 관련해서도 대구의 치과의학 R&D 중 기업 주관 비중이 34.9%, 응용ㆍ개발연구 비중이 47.2%에 달해 연구 결과물의 산업화 연계가 활발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최 위원은 대구혁신도시 내 ‘원스톱 전주기 밸류체인’을 차별화된 요소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립치의학연구원과 경북대 치과대학이 기초ㆍ원천연구를 진행하면 인접한 K-MEDI hub(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에서 시제품을 제작하고, 전임상센터의 평가를 거쳐 경북대 치과병원과 대구식약청을 통해 인허가 및 임상으로 연계된다”고 전했다.

부지 준비성과 관련해서는 “대구혁신도시 연구단지 내 제안부지(동구 숙천동)가 1만 1660㎡ 규모의 시유지로 이미 등기가 완료돼 부지 매입 문제 없이 착공이 가능하다”며 “대구시는 전담 추진지원단을 구성하고 부지 제공, 인허가 신속 처리, 맞춤형 조례 제정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자립과 산업화 모델, 설립 초기 운영 대비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구원 설립 이후 마주할 중장기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박영석 학장은 “정부 출연연구기관 특성상 초기 운영 기간이 지나면 자체적인 수익 모델 창출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며 “첨단 융복합 시험평가 서비스, 임상 연구 연계, 전문 교육훈련 등 자립 기반과 이를 지원할 지역 생태계의 유무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재원 위원은 “연구원을 설립하더라도 주변 지원 인프라와의 연계가 부족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대구가 보유한 원스톱 시험ㆍ인증ㆍ인허가 플랫폼은 연구원의 안착을 지원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