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하지정맥류 인정 조건 강화, 의료계 반발
...의협ㆍ흉부외과ㆍ이비인후과 개선 촉구
[의약뉴스] 하지정맥류 수술의 실손의료비 입원 인정 여부를 둘러싼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개별 판결을 근거로 일부 손해보험사가 ‘종합병원 입원’, ‘전신마취 시행’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한 것.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주요 의사회와 학회는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의사의 고유 진료권을 침해한다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논란이 흉부외과를 넘어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등 단기 수술 및 시술을 시행하는 진료과 전반으로 확산, 금융당국과 국회의 제도 개선 요구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논란은 최근 한 대형 손해보험사가 하지정맥류 수술 관련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발송한 심사 기준 안내 문자가 발단이 됐다.
안내문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수술의 치료 목적을 인정받으려면 증상 또는 합병증 예방 목적과 함께 혈류초음파 검사상 일정 기준(대복재ㆍ소복재ㆍ정강ㆍ심부대퇴정맥 0.5초 이상, 대퇴ㆍ슬와정맥 1초 이상)의 역류시간을 충족해야 한다.
입원 인정 기준도 한층 엄격해졌다. 해당 보험사는 카테터를 이용한 정맥류 수술은 통원 처리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입원의료비를 인정받으려면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포함) 입원이나 65세 이상 고령자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심부전ㆍ천식ㆍ신부전 등 중증 기저질환 보유자, 항혈전제 복용자, 전신마취 시행 환자만 예외적으로 입원을 인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백만 원 한도의 입원보험금 대신 회당 20만~30만 원 한도의 통원 의료비 내에서만 보상받게 된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입원의 필요성은 환자의 상태, 수술 내용, 마취 및 회복 과정, 합병증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가 결정해야 할 고유 영역으로, 실손보험 약관 어디에도 입원 시간이나 마취 방법을 입원 인정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며 “보험사가 사후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가입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전신마취를 입원 인정 조건으로 제시하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심사 기준 조정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의료기술 발전으로 레이저나 고주파 등 최소침습 수술이 보편화돼 국소ㆍ수면마취로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신마취를 조건으로 내세우면 불필요한 고위험 마취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입원 치료 역량을 일방적으로 배제한 기준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험업계가 2026년 6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대법원이 입원의 의학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건은 특별한 의학적 사유 없이 양측 시술을 이틀로 나누어 진행하고 입원 중 실질적 처치가 없었던 특수한 개별 사례였다는 것.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와 대한정맥통증학회는 “특정 사건의 진료 경위에 따른 사법적 판단을 모든 하지정맥류 수술에 일률 적용해 입원을 제한하는 것은 판결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입원의 본질은 합병증 발생 후 치료는 물론 출혈이나 혈전, 혈압 급변 등을 막기 위한 ‘예방적 관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후 합병증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전 관찰의 필요성과 입원 치료의 가치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정맥학회의 임상진료지침과 약동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정맥학회가 발행한 하지정맥류 임상진료지침서에 따르면 전신마취가 아니더라도 안전한 보행과 출혈 여부 확인 등을 위해 수술 후 평균 3~6시간 이상의 회복 시간과 경과관찰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팽윤마취(투메선트)에 사용하는 리도카인과 관련 “투메선트 마취 시 리도카인은 피하에서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주입 직후가 아닌 60~120분 뒤에 혈중 농도가 최고치에 달한다”며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시점에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외 연구에서 보고된 수술 후 심부정맥혈전증(DVT) 발생률이 5.3%에 달할 정도로 합병증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마취 방법과 전신 상태, 합병증 위험을 종합해 현장 의료진이 입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타 진료과로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지지 의견서를 통해 “기도와 호흡기에 직결돼 경과관찰이 필수적인 성대주입술, 이관풍선확장술, 냉동비염수술 등도 시술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보험사의 사후 입원 불인정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한국소비자원의 실손보험 분쟁 분석에서도 ‘입원 필요 불인정’ 비중이 22.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의료기술 발전으로 최소침습 수술이 늘어난 상황에서 입원과 통원의 보장 격차를 둔 채 단순 체류 시간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현장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