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의원 “관리급여・저가치의료 국가 통제, 하향 평준화 불러”

의정연 기고 통해 정부 주도 비급여 규제 비판...“진료지침과 급여기준 혼동해선 안 돼”

2026-11-0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관리급여 및 저가치의료 통제 정책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 공급 체계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가가 급여기준을 이유로 의료행위의 적절성까지 일률적으로 재단하기보다, 중증ㆍ응급 등 필수의료 안전망은 두텁게 보장하되 최첨단 의료기술 발전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관리급여ㆍ저가치의료 정책을 넘어 - 선진 대한민국으로’라는 제목의 기고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가 통제 시작되면 좋은ㆍ나쁜 의료 아닌 ‘허용 여부’만 남아”

▲ 이주영 의원.

이 의원은 소아응급실 현장 경험을 언급하며 “의사는 결정하는 자이자 책임지는 자”라고 전제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순간은 대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에게 필요 없는 검사가 한 아이에게는 목숨을 구하는 검사가 되고, 오전까지 불필요했던 처치가 몇 시간 뒤 필수 치료가 되기도 한다. 의학은 언제나 이러한 불확정성 위에서 작동한다”고 짚었다.

또한 “급여 과잉을 이유로 국가가 가격, 횟수, 사용기준까지 일일이 정하기 시작하면 도수치료에서 끝나지 않고 초음파, MRI, 새로운 검사, 재활치료, 신약, 신의료기술로 규제가 확대될 것”이라며 “과잉 가능성을 이유로 국가가 모든 것을 정하면 결국 ‘좋은 의료와 나쁜 의료’ 대신 ‘국가가 허용한 의료와 허용하지 않은 의료’의 구분만 남게 된다”고 경고했다.

◆“진료지침과 급여기준은 별개, 미국 ‘Choosing Wisely’처럼 전문학회 주도해야”

특히 이 의원은 임상의학의 진료지침과 건강보험 급여기준의 본질적 차이를 강조했다. 진료지침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진료를 찾는 임상적 기준이라면, 급여기준은 보험자가 어디까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재정적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는 중계자가 국가라는 이유로 두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며 “보험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치료’로 둔갑하고, 보험이 인정하는 횟수가 곧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 횟수로 규정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변화”라고 비판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나 불필요한 반복 검사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주체는 관료가 아닌 전문가 집단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모범 사례로 든 이 의원은 “정부가 아닌 전문학회가 근거를 마련해 재고가 필요한 치료를 선정하고, 의사와 환자가 협력해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책임의 주체로 보고, 환자를 능동적 선택의 주체로 인정한 것”이라며 “좋은 의료에 필요한 것은 과도한 규제와 규칙이 아니라 현장의 더 나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공급자 쥐어짜기 식 통제는 한계, 붕괴 직전의 균형”

대한민국 건강보험 체계의 한계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민간 의료기관을 당연지정제로 편입하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구조 속에서 그동안 높은 접근성과 낮은 비용을 유지해 왔으나, 이는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건물이나 다리도 붕괴 직전까지는 균형을 유지한다”며 “지금까지의 구조는 의료 공급자의 부담은 가중되고 결정권자의 책임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재정 악화 속에서 국가 부담은 늘리지 않고 통제만 확대한다면 의료 공급 자체가 사라져 결국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보험료는 계속 오르는데 응급실에 갈 수 없고, 수술할 의사가 부족하며, 필요한 치료가 급여기준에 막힌다면 국민들은 ‘내가 왜 이 보험에 가입해 있는가’, ‘내 돈을 더 내고서라도 더 좋은 치료를 받으면 안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 질문을 결코 피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필수의료 국가 책임 강화하되, 첨단의료 발전 위한 ‘천장 없는 공간’ 열어야”

이 의원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영역과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할 영역을 명확히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중증, 응급, 분만, 희귀질환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은 국가가 강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재원이 드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나 세금 투입 방안을 국민에게 투명하고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런 추가 부담 없이 보장성만 무한정 높일 수 있는 제도는 없다”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논의 역시 ‘내가 개입되지 않은 비극에 얼마의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투명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미래 첨단의료 기술을 건보 재정의 틀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세포ㆍ유전자 치료, 정밀의료, 로봇수술, AI 기반 의료 등 신기술은 정부의 가격 결정과 심사를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나아가 이 의원은 “새로운 기술은 현장에서 적용되고 경쟁하며 개선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모든 것을 건강보험 가격표 안에 묶어둔다면 한국 의료의 상한선은 건보 재정이 지불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 안전망은 더욱 견고히 구축하고 중증ㆍ응급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하되, 그 위로는 더 좋은 의료를 향한 도전과 환자의 선택권이 숨 쉴 수 있는 ‘천장 없는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가장 저렴한 의료가 가장 공정한 의료가 아니며, 모두에게 똑같은 의료가 최선의 의료도 아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등하게 부족한 의료’가 아니라, 아픈 사람을 끝까지 지키면서도 더 나은 치료법이 나왔을 때 국민이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