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의학과의사회 문기혁 회장 “검체검사 위ㆍ수탁 개편, 의원 기능 위축”
‘비뇨의학과 만성질환관리료ㆍ생식기 직접진찰료’ 신설 추진...세대 잇는 징검다리 회무 집중
[의약뉴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비뇨의학과의사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비뇨 질환 환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저수가 기조와 규제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으로 인해 일차의료 개원 현장의 경영 압박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토로다.
특히 최근 보건당국이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 개편’과 건강보험연구원의 ‘75세 이상 남성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 저가치의료 후보지표 검토’ 등 굵직한 정책 현안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제16대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문기혁 회장이 현안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문 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전으로 개원 비뇨의학과의 전문성은 더 깊어지고 폭넓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보상은 제자리걸음이었다”며 “과거의 어려움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는 문제를 구체적인 제도 개선 과제로 만들어 해결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체검사 개편, 단순 배분율 아닌 전ㆍ후 업무량 및 위험도 반영해야”
최근 의료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 개편안에 대해 문 회장은 개원가의 임상 현실과 위험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검사의 질 관리와 거래 투명성을 높이자는 개편 취지에는 동의하며, 정부가 위탁기관의 검사 의뢰ㆍ관리와 결과 분석, 환자 관리에 대한 보상 방향을 제시한 점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제시된 틀만으로는 비뇨의학과 의원의 실제 업무량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비뇨의학과 진료의 임상적 특수성을 강조했다. 실례로 요배양검사는 오염을 줄이기 위한 채취 안내와 보관 관리가 필수적이며, 성매개감염(STI) 검사는 적절한 검체 선택부터 결과 설명, 치료 연계까지 의사의 책임이 무겁게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전립선 조직검사 역시 검체 식별ㆍ인계와 병리 결과에 따른 후속 치료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동네의원은 단순히 검체를 수탁기관으로 보내는 중간 창구가 아니라, 진단 과정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라며 “검사수가 조정까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단순히 위탁-수탁 간 배분 비율만으로 제도의 영향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검사 전ㆍ후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 검사별 업무량과 감염ㆍ오염 위험도의 반영, 진료과ㆍ기관별 영향 분석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며 “전산 연계와 책임 소재를 검증할 시범적용 기간을 두고 급격한 변화에 따른 이행 지원책을 마련해 일차의료의 검사 기능이 위축되거나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5세 이상 PSA 검사 일괄 제한, 필요한 진단 기회 박탈 우려”
건강보험연구원이 ‘75세 이상 남성의 PSA 검사’를 저가치의료 후보지표로 검토한 것을 두고는 ‘진료 왜곡’ 가능성을 경고했다.
문 회장은 “불필요한 과잉 검사를 줄여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75세 이상’이라는 단순 연령 잣대를 임상적 의학 판단 대신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무증상 남성의 정기 선별검사와 암 의심 시 진단검사, 그리고 기존 전립선암 환자의 추적검사는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 목적의 후보지표와 실제 급여 제한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며 “만약 충분한 임상 검증 없이 이 지표가 심평원 삭감이나 적정성 평가와 연계된다면, 의사는 정당한 검사를 주저하게 되고 고령 환자는 ‘나이가 들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오인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건강보험 청구자료만으로는 복합적인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진단ㆍ추적 목적의 검사를 명확히 분리하고, 선별검사에서도 환자의 기대수명과 건강상태, PSA 기저 수치와 이익ㆍ위해를 종합 평가한 의사의 개별 판단을 인정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학회와 현장 의료진이 지표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진료기록을 통한 검증과 예외 인정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성질환관리료ㆍ생식기 직접진찰료 신설, 기본 진료 보상 체계 개편 추진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전립선비대증, 신경인성 방광, 요로결석 등 비뇨 질환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일차의료기관의 경영난은 심화되고 있다.
문 회장은 이 같은 괴리의 원인으로 ‘시간과 전문성에 대한 보상 부재’를 꼽았다.
그는 “고령 환자 진료는 처방전 한 장 발행으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다양한 동반질환과 복용 약물을 교차 확인하고, 검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며 치료 계획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에 투입되는 진료 시간, 숙련된 인력, 고가 장비의 유지ㆍ감염관리 비용이 현행 보상체계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가 꺼내든 해결 카드는 ‘비뇨의학과 만성질환관리료’와 ‘생식기 직접진찰료’ 신설이다.
구체적으로 “장기적인 질환 추적관리와 민감 부위 직접 진찰 시 수반되는 설명, 환자 사생활 보호, 감염 예방 등 고유한 전문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신규 수가 도입이 단기간에 쉽지 않더라도 기존 처치ㆍ수술료 개선과 병행해 지속적으로 보건당국에 요구하고, 특정 고가 장비나 수술에 의존하는 일부 기관뿐 아니라 기본 진료를 성실히 수행하는 의원급 전반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급병원-개원가 연계 강화, 내실 있는 회원 권익 주력
최근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화된 의정 갈등과 대학병원 인력 이탈 여파로 전문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문 회장은 “상급병원의 중증ㆍ수련 기능과 지역 의원의 진단ㆍ만성질환 관리 기능은 하나의 진료체계를 떠받치는 두 축”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중증 진료와 교육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안정적 전문의 고용 환경을 제공하고, 개원가에는 외래 중심의 지속 치료 보상과 원활한 의뢰ㆍ회송 체계를 마련해 젊은 의사들에게 ‘비뇨의학과 전문의로서 평생 진료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타과와의 진료 영역 갈등 대해서는 ‘진료의 질’로 승부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문 회장은 “전문성은 타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환자가 체감하는 진료 내용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증상의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고 보존적 치료부터 수술, 합병증 관리와 상급병원 의뢰까지 전 주기를 책임지는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임상적 강점을 대국민 안내와 급여기준에 녹여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비뇨의학의사회는 상임이사회를 위원회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모바일 중심 홈페이지 개편과 지역 지회 간담회를 통해 회원 소통을 대폭 강화했다.
학술대회(RAKU) 역시 3시간 이상의 심층 교육 규정을 정착시키고, AI 청구 지원 프로그램 및 남성과학회 공동 학술 세션 등 실무 밀착형 콘텐츠를 대폭 늘렸다.
의약품 공급가 인하 및 차액 환불,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업무협정 체결 등 실질적인 회원 경영 지원책을 추진하는 한편 대국민 차원에서는 '여성과 아이들도 안심하고 찾는 비뇨의학과'를 모토로 배뇨 증상 중심의 홍보를 전개하고 있다.
문 회장은 “선배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켜온 전문성을 후배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이어주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징검다리 리더십’”이라며 “창립 30주년 행사의 외형적 규모보다, 일선 회원들이 ‘의사회가 있어 진료 현장에 든든한 힘이 된다’고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