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6 Epilogue] 유럽이 마련한 잔치, 한껏 즐긴 중국

2026-10-28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Good-Bye Old-Boys...

2026년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6)가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7일 막을 내렸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대정부 시위가 한층 과격해지며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대회 기간 자연재해까지 서유럽을 강타했지만, 학술대회가 진행된 스페인 마드리드의 IFEMA는 딴 세상처럼 전세계에서 수만 명의 인파가 집결했고, 맑은 가을 하늘만큼 더없이 평온한 분위기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들의 연구 결과를 평가한 동료 교수들은 재치가 넘치는 촌평으로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강연장 밖의 엄중한 현실처럼, 이들의 가벼운 농담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대회였다.

▲ 과격 시위 확산과 서유럽을 휩쓴 자연재해로 유럽 전역에 긴장감이 돌고 있지만, 학술대회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더없이 평온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 활주로가 가득 찼는지, 아니면 비행기도 유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는지 착륙을 앞두고 제자리에서 선회를 한다.

◇Good-Bye Old-Boys, 유럽에서 세 과시한 정화의 후손들
학술대회 3일차, 프레지덴셜 세션에서 Krascendo 1 연구 결과를 평가한 프랑스 파리-샤클레 대학교 벤자민 베쎄 교수는 AI를 활용, ‘THE LAST DANCE OF KRAS G12C’라는 타이틀을 단 버스 이미지를 들고 나와 청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THE FAREWELL TOUR OF STORASIB AND ADAGRASIB’이라는 부제를 달고 친절하게 ‘These drugs may be here to stay’라는 멘트까지 더한 것.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직접 “Goodbye old friends”라고 인사를 건네 일격을 더했다.

차세대 KRAS G12C 억제제 디바라십이 1세대 소토라십과 아다그라십을 압도한 임상 연구 결과에 대한 찬사였다.

▲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들의 연구 결과를 평가한 동료 교수들은 재치가 넘치는 촌평으로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어느덧 50을 넘어서다 보니 올드보이를 향한 작별 인사가 썩 유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 중 최대 하이라이트인 이 세션은 유럽이 신약 개발의 중심 국가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세션에서 발표된 4건의 혁신 신약 개발 연구 중 유럽에서 출발한 약물은 이 디바라십이 유일했다.

나머지 3건은 모두 중국에서 출발한 약물로, 이 세션은 신약 개발의 중심이 서구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회 기간 3차례 진행된 프레지덴셜 세션을 통틀어 발표된 총 11건의 신약 개발 관련 연구 중에서도 중국에서 출발한 약물이 5건으로 사실상 절반을 차지했다.

마치 명나라 영락제 때 막강한 국력과 선박 건조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원정에 나섰던 정화의 후예들이 그가 이루지 못했던 미션을 이어받는 분위기다. 

벤자민 베쎄 교수가 소토라십과 아다그라십에 전한 작별의 인사가 마치 유럽의 중심에서 중국에 자리를 내주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철없는 농담 같아 쓴웃음이 나왔다.  


◇...but DOR disappoints, 가려진 진실
명실상부 중국이 전세계 신약개발의 중심 국가로 도약했지만, 여전히 중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국내 모 신약개발 컨설팅 업체 대표는 중국의 관주도 신약개발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미 공개된 약물을 따라 만드는 Me too Drug이나 Best in Class 개발에는 앞서 있지만, 신규 모달리티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분야는 다르지만 최근 한 온라인 방송 채널에서 모 천문학자도 서구권과 중국의 차이를 같은 방향으로 설명했다.

여전히 중국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중국인만으로 진행한 3상 결과로 학술대회 메인 세션을 차지하고 있지만, 원시 데이터(Raw Data)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성패와 희비가 엇갈리는 학술대회 현장에서 누군가는 긍정적인 지표들만 공개했지만, 야속한 평가자는 민낮을 들춰냈다.

이 가운데 이번 학술대회에서 한 중국인 연구자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지표들만 공개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CAR-T 세포 치료제임에도 4개월여에 불과했던 반응 지속기간과 무진행 생존기간은 공개하지 않은 채 반응률만 앞세운 것.

이에 평가자는 연구자의 슬라이드를 빌려 반응률을 ‘제공하지 않음(Not Provided)’이라고 표기하면서 스스로 4.4개월의 반응 지속기간을 공개하며 별도로 ‘반응 지속기간이 실망스럽다(but DOR disappoints)’고 평했다.

의도적으로 감추었는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을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낯부끄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See you in Barcelona, 기회는 어디에?
내년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는 바르셀로나에서 진행한다. 관광객으로 인해 치솟는 월세로 매년 시위가 반복되고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지역이다.

수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술대회인 만큼 이미 숙박비가 급등한 데다 치솟는 물가로 관광객에 대한 현지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는 내년 바르셀로나로 이동한다. 관광객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고 있어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중국의 기세가 올해보다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은 틀리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중국의 기세가 올해보다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은 틀리지 않을 듯하다. 올해 프레지덴셜 세션 이외 주요 구두발표에서 다수의 중국발 신약 후보물질들이 초기 임상 데이터를 쏟아낸 만큼, 내년에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보다 진전된 결과물을 들고 나올 것이 자명하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중국발 신약으로 발표를 진행해 화제를 모은 모 교수는 “R&D 리더와 이야기해보니 이런 약이 즐비하다 하더라”고 전했다.

이제 중국이 신약개발의 중심국가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좋은 면만 내세우고 진실을 가린 일부 연구자들을 표본으로 여전히 중국은 믿을 수 없다며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파트너와 함께 항해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