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리도카인 주사 벌금형, “매선침 시술 보조수단이어도 불법”
동부지법, 대법원 초음파 전합 판결 적용 배척...“진단기기 기준을 치료용 의약품에 확장 불가”
[의약뉴스] 한의사가 안면 매선침 시술 과정에서 통증 완화와 염증 예방을 목적으로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과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주사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진단용 의료기기 허용 법리를 치료용 화학합성 의약품 사용으로 확장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환자 10명에게 안면 매선 시술을 진행하면서 완통약침, 염증예방약침이라는 명칭으로 리도카인 주사액(0.5~2cc)과 덱사메타손 주사액(1cc)을 투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지난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초음파 진단기기와 관련해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선 시술에 수반하는 통증을 줄이고 염증을 예방하기 위한 보조적 목적으로 안전한 용량을 투여한 만큼, 한의학의 현대적 응용에 따른 정당한 진료행위라는 논리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초음파 판결의 법리를 의약품 주사 행위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해 한의사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진단용 의료기기에 한정된 판단”이라며 “질병 여부를 감별하는 진단행위와 약품을 사용해 신체를 회복시키는 치료행위는 정의상 명확히 구분되며, 의약품 사용은 진단기기 사용과 비교해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도카인과 덱사메타손의 학문적 기초와 작용기전이 서양의학에 전적으로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리도카인은 신경막의 나트륨 투과성을 저하시켜 신경 전도를 차단하고, 덱사메타손은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따라 개발된 약물”이라며 “혈압 저하, 호흡 억제,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관찰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보조적 목적이나 소량 사용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의약품의 사용 목적이 부수적이라는 주관적 의도나 사용량에 따라 면허 범위 해당 여부를 달리 볼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부작용 예방 목적의 보조적 행위라는 이유로 면허 범위를 인정한다면 이원적 의료체계를 사실상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약사법상 전문의약품 분류 규정과 무관하게 의료법상 면허 범위 판단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약사법상 전문의약품 처방 주체에 의사ㆍ치과의사만 규정한 것은 한방 의약분업 미실시에 따른 입법상 정비 문제에 기인한 측면이 있어 단순히 전문의약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한의사 사용이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약사법상 품목허가 분류와 무관하게 서양의학적 기전의 주사제를 직접 투여한 이번 행위는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A씨가 학회와 보수교육을 통해 관련 교육을 이수했더라도 적법성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었던 만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과거 사용하던 섬수 대신 안전성이 검증된 국소마취제를 사용할 현실적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으나, 현행법이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형벌을 규정한 이상 법원의 개별 판단으로 허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사회적 혼란을 부를 수 있어 입법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