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주년 맞은 대한약학회, 지속 가능한 연구ㆍ제약계 협력 확대

젊은 약학자 장기 지원…연구비 제도 개선ㆍ기업 성과 공유 추진

2026-10-23     의약뉴스 이대호 기자

[의약뉴스] 대한약학회(회장 김형식)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젊은 약학자의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국제 학술교류와 산학협력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장기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연구비 지원체계를 개선하고, 제약기업의 학술활동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한약학회는 21일부터 23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하는 ‘창립 8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맞춰 22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회는 54대 집행부의 주요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학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 대한약학회는 22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창립 8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김형식 회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신약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등 약학 연구환경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맞춰 맞춤형 의료와 AI 기반 신약개발, 학문 간 융합을 확대해야 하지만 젊은 약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전언이다.

이에 연구자들이 한 분야의 연구를 장기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연구비 지원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연구비 지원이 1~2년 만에 중단되돼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연구자의 명성만으로 연구비를 배분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젊은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돈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연구비를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빠른 길"이라고 역설했다.

노민수 사무총장은 연구비 배분과 과제 선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비가 연구 현장에 직접 투입되기보다 행정관리나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연구 외적인 목적으로 상당 부분 배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동일한 연구 주제로 다시 동일한 연구비를 받을 수 없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다”면서 “연구자들이 3~5년마다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제시해야 하는 구조가 기초학문이 충분히 성숙할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가 과학자를 믿고 소규모 연구비라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김형식 회장은 젊은 약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연구비 지원체계를 개선하고 제약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김 회장은 제54대 집행부에서 젊은 약학자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AI 기반 바이오신약 분야에서 산학 공동연구 기반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미래약학연구회를 운영하며 젊은 연구자들의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진영원 학술위원장은 “연구회에서 젊은 학자들 간 경쟁과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연구 생태계가 더욱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활동은 이번 학술대회 프로그램에도 반영했다. 미래약학연구회가 참여한 새로운 접근법(NAMs) 심포지엄에서는 오가노이드와 AI 예측모델 등 기존 동물실험을 보완하는 차세대 비임상 평가기술을 다뤘다.

이 밖에도 건강기능식품과 AI 시대의 약학교육, 지역사회 통합돌봄 약료서비스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제 학술교류 프로그램에서는 일본약학회와 암 발생 기전 및 치료제 개발을, 태국약학대학협의회와 정밀의료를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제7회 아시아팜 공동심포지엄에서는 AI 신약개발과 정밀 항암치료, 천연물 신약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이외에도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지지안 첸(Zhijian Chen) 교수와 일본 도쿄대학교의 모토무 카나이(Motomu Kanai) 교수가 참여해 각각 선천면역과 염증성 질환의 발생 기전, 생체 내 화학촉매를 활용한 치료 전략을 소개했다.

▲ (왼쪽부터) 노민수 사무총장, 김형식 회장, 진영원 학술위원장.

산업계와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자 산학세션에서는 첨단 분석ㆍ영상기술의 신약개발 활용 사례를 조명했다.

노 사무총장은 “제약바이오기업과 벤처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에 강조하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학술적 소통을 확대하고 다양한 기회를 넓히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계의 참여를 이끌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김 회장은 국내 주요 제약기업에 학술대회 참여와 연구 성과 발표를 요청하고 있지만 호응이 적다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진 학술위원장은 "산업계와의 라운드테이블을 준비했지만 일정 문제로 이번 학술대회에서 개최하지 못했다"면서 "다음 학술대회에서는 산업계의 참여를 확대하고 기업들이 연구 성과를 소개해 학계와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은 제54대 집행부 임기를 마무리하며 젊은 약학자 지원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점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많은 제약회사가 기존 후원을 크게 줄였고, 후원을 중단한 회사들도 많다”며 “약가 인하 정책 때문에 후원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으로 제약기업과 산업계가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후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차기 집행부가 남은 과제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