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 소생술 유보ㆍ종결 기준 정비 시급"

“CPR 중단과 현장 철수는 별개” ...“의료지도만으로 법적 면책 안 돼”

2026-10-20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119구급 현장에서 명백한 사망자나 말기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CPR) 유보 및 중단 요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현장 지침이나 유선 의료지도만으로는 구급대원의 법적 책임을 완전히 면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생술 중단이 곧바로 ‘미이송’이나 ‘현장 철수’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단계별로 독립된 법적 요건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영표 박사(소방청 소방위)는 최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119 구급대원의 소생술 유보ㆍ중단과 구급활동 종결의 법적 기준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 홍영표 박사는 최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119 구급대원의 소생술 유보ㆍ중단과 구급활동 종결의 법적 기준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홍 박사는 현장 상황을 크게 ‘명백한 사망’과 ‘사망이 임박한 말기 환자’로 나누어 법리적 검토를 제시했다.

홍 박사에 따르면, 사후경직이나 시반 등 비가역적 사망 징후가 뚜렷한 경우, 구급대원의 소생술 유보는 생명 회복을 위한 구체적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급대원의 징후 확인은 처치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제한적 상태 평가일 뿐, 의사의 공식적 사망진단ㆍ검안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미세한 호흡이나 움직임 등 판단에 반하는 정황이 있거나 회생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면, 처치를 미루지 말고 소생술을 시작하며 추가 정보를 수집할 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 과정에 있는 말기 환자의 경우 법적 쟁점은 더욱 복잡하다는 전언이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과 이행 권한을 ‘담당의사’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어,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이 법을 직접 집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홍 박사는 “환자가 말기라는 진단명만으로 구급대원의 소생술 의무가 소멸하지 않으며, 해당 심정지에서 소생술이 무의미하다는 개별 의학적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보호자의 소생술 거부’와 관련해서는 환자의 평소 의사를 전달하는 진술과 가족 자신의 희망이나 결정에 따른 대리 요청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법정대리권을 갖는 것이 아닌 만큼,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족 대표의 구두 거부나 각서만으로 대원의 처치의무가 당연히 면제되지 않는다”며 "소생술을 유보ㆍ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나 단순 산소ㆍ수분 공급 등 생존한 환자에게 요구되는 완화적 처치까지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생술 미시행을 결정하더라도 미이송과 구급활동 종결(현장 철수)은 별개의 요건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객관적 사망 확인 또는 적법한 연명의료중단 요건을 충족하는 ‘소생술 미시행의 정당성’, ▲대체 절차(검안 또는 현장 완화의료 주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미이송 결정의 정당성’, ▲사망자는 경찰ㆍ의료진 검시 절차 연계, 생존 환자는 의료적 돌봄 지속을 확인하는 ‘잔존 업무 완수 및 적법한 인수’ 등 3단계 종결 기준을 제시했다.

홍 박사는 “판례에 따르면 환자의 최종 사망에 직접적 책임이 없더라도, 충분한 상태 평가 없이 현장을 철수한 행위 자체로 위급상황에서 안전을 영위할 권리를 침해한 위자료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며 “경찰 등 후속 주체에게 인계했다고 해서 앞선 평가 누락이나 부적절한 처치 지연이 소급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보완책으로는 단순한 서명 확보식 행정을 탈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이송거절ㆍ거부서’를 개정해 구급대원이 설명한 구체적 위험, 환자의 실제 요구 내용, 구급대의 판단 사유를 명시하도록 서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홍 박사는 “모든 사망 현장을 단순히 경찰 인계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변사 여부에 따른 검시 절차와 일반 사망에 따른 방문검안ㆍ의료기관 연계망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연명의료결정법과 119법 사이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 병원 전(Pre-hospital) 단계에서 구급대원이 연명의료 결정을 합법적으로 분담ㆍ이행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수권과 절차가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