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원약사회, 의료기관 약사 인력 기준 개정 박차

정경주 회장ㆍ황보영 수석부회장ㆍ예경남 총무이사ㆍ이영희 고문

2026-10-16     의약뉴스 이대호 기자

[의약뉴스] 한국병원약사회(회장 정경주)가 마련한 의료기관 근무약사 인력기준 개정안을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회원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기관별 인력 확보 여건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구진이 제안한 최소 인력기준만 적용하더라도 수천 명의 추가 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과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채용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이행과 재정 지원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것.

병원약사회는 15일 윈덤 그랜드 부산에서 개최한 '2026 병원 약제부서 관리자 역량강화교육'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기관 근무약사 인력기준 합리화 방안 연구' 결과를 공개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구 추진 배경과 향후 활용계획을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정경주 회장과 황보영 수석부회장, 예경남 총무이사, 이영희 고문 등이 참석했다.

▲ (왼쪽부터) 예경남 총무이사, 황보영 수석부회장, 정경주 회장, 이영희 고문.

 

◇자체 연구 한계 넘어 객관적 근거 확보…법정 인력기준 현실화 추진
병원약사회가 이번 연구를 추진한 배경에는 현행 법정 인력기준과 실제 약사업무 사이의 격차가 있다.

황보영 수석부회장은 “현행 의료기관 약사 인력기준은 2010년에 개정됐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인력기준과 달리 의료기관의 구분과 충분히 연계돼 있지 않다”며 “특히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과 병원ㆍ요양병원은 환자 수나 업무량을 반영하지 못하는 인력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사가 근무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자체를 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 무자격자가 조제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의료기관의 인력 운영에서 의사ㆍ간호사 확보 여부와 달리 약사 인력은 병상 확대나 환자 수 변화와 연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황 부회장은 “마약류 통합관리와 전문약사제도, 약물 부작용 관리,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시범사업 등 약사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적인 요구사항과 인력기준이 연계되지 않아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황보영 수석부회장.

예경남 총무이사도 “의사와 간호사는 의료기관 종별로 입원환자 수에 비례해 인력을 확보하는 구조지만, 약사는 종합병원을 병상 규모에 따라 구분하고 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는 1명 이상 또는 일정 규모 이하에서 주 16시간 이상 근무하는 시간제 약사를 허용하고 있다”며 “환자 수가 증가하면 업무량도 증가하는데 약사 인력은 이와 무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주 회장은 “2010년 이후 약물치료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고, 면역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약제서비스의 종류와 중요성이 크게 증가했지만 당시 마련한 법정 인력기준에는 이러한 변화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어떤 병원에서는 법정 기준의 4~5배에 달하는 인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특히 지방의 채용 환경이 열악한 의료기관에서는 법정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환자가 어느 의료기관에 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약제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자체 실태조사와 업무량 분석, 표준업무 평가 등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으나, 한계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자체적인 연구와 실태조사를 계속해 왔지만, 모두 내부 자료이고 우리만의 목소리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근거를 갖춘 연구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이영희 고문.

이영희 고문은 “그동안 병원약사의 업무량과 표준업무 수행 수준 등을 분석하는 연구를 여러 차례 수행했지만, 이번 연구는 약사의 업무량을 인력기준과 어떻게 연결해 산출할 것인지에 가장 큰 중점을 뒀다”면서 “연구를 의뢰하면서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첫 번째는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법정 기준보다 많은 약사를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실제 확보하고 있는 인력 수준을 최소 기준에 반영하자는 것이었다”며 “두 번째는 병원약사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기준에 포함하는 것으로, 제와 처방 검토, 의약품 정보 제공, 부작용 모니터링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수행해야 하는 필수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 기준으로 삼고자 했다”고 전했다.

또한 “세 번째는 현재 인력 수준만 반영하면 몇 년 이내에 다시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며 “입ㆍ퇴원 시 약물 조정과 다학제팀 참여, 고위험의약품 관리, 약물농도 모니터링 등 앞으로 확대해야 하는 업무를 적정업무로 구분하고 권고 기준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과 병원ㆍ요양병원은 최소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상당한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필수업무에 필요한 최소 인력을 우선 확보하고, 앞으로 확대해야 할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권고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향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최소 기준 적용에도 수천 명 충원 예상…회원 의견수렴 우선
연구 결과를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회원들의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오늘 처음 발표하는 자리이고, 아직 최종 결과보고서도 수령하기 전”이라며 “회원들에게 연구 결과를 알리고 이에 대한 의견과 방향성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가를 어떻게 요구하고 질 평가나 법 개정은 어떤 절차를 거쳐 요구할 것인지, 이 연구 결과가 회원 대다수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것인지 검토 과정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 정경주 회장.

이에 병원약사회는 이번 관리자교육에 참석한 약 130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이후에도 회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역마다, 또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인력 확보 여건에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며 “이 기준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오히려 회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소 인력기준만 적용하더라도 채용해야 하는 약사 인력이 상당하다”며 “저희가 추계해 봤을 때 수천명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각 지역과 의료기관 종별로 필요한 인력을 계산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하며, 이런 부분이 더 구체화돼야 보건복지부나 국회의원들에게 정책적인 요구나 지원 사항을 전달할 때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추진 일정은 만들어보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그 일정에 따라 활동해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인력 확충에 재정 지원 병행…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반영도 목표
병원약사회는 법정 인력기준을 강화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추가 약사를 채용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약사를 채용하는데 계속 손해만 보면서 채용할 수는 없다”며 “개별 의료기관의 선의에만 기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진이 제안한 한시적 인건비 지원과 야간 전담약사 관리료, 응급실 24시간 약국관리료 등도 실제 의료기관의 채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회장은 “연구에서 제안한 정책 방향은 아직 개략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는 것은 저희 몫”이라며 “회원들의 다양한 상황과 의견을 수렴하면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 인력 확보 수준을 의료질평가와 건강보험 수가에 반영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예 이사는 “의사와 간호사는 법적인 인력 확보 기준과 수가, 가산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 의료기관이 인력을 확보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며 “간호사는 인력 확보 수준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가 있고, 의료질평가에서도 의사와 간호사 1명당 입원환자 수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사는 마약류 관리나 임상시험 관리약사 등 관련 제도가 있더라도 환자 수나 업무량에 따라 어느 정도의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예경남 총무이사.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기준에 약사 인력지표를 반영하는 것도 목표다.

정 회장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논의하는데, 지정에 유리한 평가기준은 환영하지만 불리한 기준에는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약사 인력지표가 지정기준에 들어가는 데 상당한 장애요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저희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에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약사 인력이나 충분한 약제서비스 제공 여부 등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립병원과 국립병원 관련 단체에 계속 의견을 전달하고,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제시할 때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간 전담약사와 24시간 약국 운영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서는 “24시간 약국을 운영하면 병원 약제서비스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가를 더 지급하고 의료질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병원에서도 약사를 더 많이 채용하려고 할 것이고, 채용한 약사에 대한 급여 보상도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 개정이 이뤄지거나 새로운 제도가 시작되는 시점에는 약사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며 “제도를 순차적으로 시행하거나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는 방식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한약사회에서도 이번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언제 연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는지 지속적으로 문의해 왔다”며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대한약사회와 공유할 예정이며, 제도 개선을 위해 함께 힘써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인력 확충에 따른 환자안전 개선 효과…업무 수행률 등 평가 필요
약사 인력기준 개정이 환자안전에 미치는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약사 인력 확충으로 환자안전에 대한 위해가 얼마나 줄었는지 수치로 증명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고, 연구를 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례로 “과거 약사 표준업무 수행평가 연구에서 처방 검토 등 약사가 해야 할 업무를 세부 절차로 나누고 실제 얼마나 수행하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며 “업무 수행률은 인력기준 개선의 효과를 살펴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지표”라고 전했다.

또 “과거 조사에서는 상급종합병원조차 처방 검토 수행률이 70%대였고, 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는 50%도 되지 않았다”며 “처방 검토는 당연히 100% 수행해야 하는 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력기준을 개정한다면 과거 연구에서 조사한 업무 수행 절차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각 병원에서 보고하는 의약품 관련 환자안전사고의 증가나 감소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제 자동화 확산에도 약사업무 확대…병동 중심 역할 전환 강조
한편 집행부는 조제 자동화가 확대되더라도 병원 약사의 인력 수요를 단순히 조제업무량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자동화로 조제 인력을 조금 줄여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동화로 조제 인력이 감소하면 약사가 어디에 더 투입돼야 하는지, 앞으로 역할을 어떻게 전환할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병동에서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은 약사가 약물치료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약물치료가 더욱 발전하고 복잡해지면 전문화된 약사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 부회장은 “최근 고가의 조제 자동화 장비를 도입했는데도 주말 근무 인력을 20% 늘려야 했다”며 “기존에는 간호사가 환자의 약을 일일이 분배했지만, 자동화 도입 이후 약제부서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면서 처방 검토 등 이전에 수행하지 못했던 업무까지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동화가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수행하지 못했던 약사 고유의 업무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약사 인력이 곧바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고도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경주 회장.

이 고문은 “약사는 처방 검토 단계부터 관여해 처방이 적절한지, 약물 상호작용이나 노인주의 약물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환자가 입원할 때 지참약을 확인하고 입원 중 변경된 약물의 적절성을 검토하며, 퇴원할 때도 최종 처방이 환자 상태에 맞는지 살펴보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업무를 모든 입원환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고위험 환자를 선별해 일부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러한 약제서비스가 모든 환자에게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고위험의약품 관리 등 약사가 수행하는 여러 업무가 충분한 수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법정 인력기준을 높이면서 약사 채용에 따른 재정적 지원과 수가 개선, 의료기관 질 평가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