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회, 인력기준 개편안 연구 결과 공개

종별 최소ㆍ권고 기준 마련…인건비 지원ㆍ수가 신설 등 이행전략 제안

2026-10-15     의약뉴스 이대호 기자

[의약뉴스] 의료기관 약사 인력기준을 실제 업무량과 환자 수에 맞춰 개편하고, 병원ㆍ요양병원에도 정량적인 배치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행 법정 인력기준을 의료기관 종별로 재정비하고 필수업무 수행을 위한 최소 기준과 적정업무 수행을 위한 권고 기준을 구분하는 한편, 추가 인력 확보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수가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병원약사회는 15일 윈덤 그랜드 부산에서 개최한 '2026 병원 약제부서 관리자 역량강화교육'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관 근무약사 인력기준 합리화 방안 연구'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구책임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현행 인력기준의 문제점과 의료기관 약사 인력 실태를 토대로 마련한 개정안 및 법제화 전략을 공유했다.

▲ 의료기관 종별 약사 최소ㆍ권고 인력기준 개정안과 외래 원내조제 처방전 기준 개선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자료 재구성, 생성형 AI(ChatGPT)로 제작한 사진)

연구진은 2025년 11월 27일부터 지난 8월 31일까지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신약의 다양화에 따라 약물 투여 관리와 복약지도, 다제약물 관리 등 병원 약사의 업무가 확대됐지만, 법정 인력기준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현재 의료기관 약사 인력기준은 2010년 개정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른다. 상급종합병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30명당 약사 1명,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50명당 1명, 300병상 이상 5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80명당 1명을 두고 외래 원내조제 처방전 75매당 1명을 추가하는 구조다.

반면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과 병원ㆍ요양병원은 환자 수와 관계없이 약사 1명 이상을 두도록 규정한다.

일정 병상 규모 이하의 병원과 요양병원에서는 주 16시간 이상 근무하는 시간제 약사도 허용한다.

이와 관련, 박 연구위원은 "인력 기준이 매우 낮아서 실제 업무 수행 현황과 동떨어져 있고 24시간 연중 운영되는 의료기관이라는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사ㆍ간호사와 달리 일부 의료기관의 약사 인력기준이 환자 수를 반영하지 않고, 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수가 보상과 질 평가제도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으로, 이로 인해 의료기관별 인력 확보 수준과 약제서비스에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환자가 어느 의료기관에 가느냐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약물 서비스도 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진은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약사회의 2024년 실태조사 자료 147개 기관과 추가조사 자료 52개 기관, 2026년 약제부서 인력 조사 자료 174개 기관을 분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 현황 자료 3044개 기관을 활용하고, 의료기관 8곳을 방문해 업무 및 인력 운영 현황도 살폈다.

올해 진행한 인력 조사에서는 실제 정원과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 사이의 차이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300병상 이상 5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의 100병상당 약사 정원은 평균 2.2명이었지만 필요 인력은 3.4명이었다.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현재 0.6명에 필요 인력 1.7명, 병원은 1.2명에 1.8명, 요양병원은 0.5명에 0.6명으로 나타났다.

▲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의료기관의 실제 업무량과 환자 수를 반영한 약사 인력기준 개정안을 제시하고, 인력 확충을 위한 재정 지원과 건강보험 수가 개선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료기관을 상급종합병원ㆍ종합병원ㆍ병원ㆍ요양병원으로 구분하고, 입원환자 수와 외래 원내조제 처방매수에 따라 약사 인력을 산정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기존 종합병원의 병상 규모별 기준을 단일화하고 병원ㆍ요양병원에도 환자 수에 비례하는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 연구위원은 "인력 수준이 낮은 의료기관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최소 인력기준으로 연평균 1일 입원환자 기준 상급종합병원 25명당 약사 1명, 종합병원 50명당 1명, 병원 80명당 1명, 요양병원 100명당 1명을 제안했다.

권고 인력기준은 상급종합병원 20명당 1명, 종합병원 30명당 1명, 병원 50명당 1명, 요양병원 80명당 1명으로 제시했다.

최소 기준은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필수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준이며, 권고 기준은 향후 확대할 수 있는 업무까지 포함한 적정업무 수행을 위한 기준이다.

연구진은 의료기관 유형별 실제 업무 투입 인력을 분석하고 병상가동률을 적용해 약사 1인당 입원환자 수를 산출했다.

이어 실태조사와 의료기관 현황자료에서 확인한 인력 수준을 보정값으로 활용해 종별 기준을 도출했다.

외래환자 원내조제 처방매수 기준은 현행 75매당 1명에서 40매당 1명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존 연구에서 원내조제 1건당 평균 10.9분이 소요된다는 결과를 활용하면 약사 1명이 하루 8시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처방전은 약 44매다.

연구진은 실제 업무 전환시간 등을 고려해 40매를 기준으로 정했다.

해외 인력기준도 검토했다. 연구진은 일본ㆍ미국ㆍ영국ㆍ호주ㆍ캐나다ㆍ싱가포르 등 6개국의 의료기관 약사 인력기준과 확보 정책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인력기준이 수치상 낮고 환자 및 임상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 의료기관별 100병상당 약사 현재 정원과 필요 정원 비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자료 재구성, 생성형 AI(ChatGPT)로 제작한 사진)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의료법 시행규칙의 법정 약사 인력기준 개정 시안을 마련했다.

다만 기준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의료기관이 실제로 추가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이행전략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우선 종합병원과 병원ㆍ요양병원에 개정 기준을 적용할 때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추가 확보 인력이 1~2명인 의료기관은 법령 개정 후 2~3년 이내, 3명 이상인 의료기관은 2~3년 이내에 2명을 우선 확보하고 나머지는 4~5년 이내에 충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법정 기준 개정에 따른 추가 인건비는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시로는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과 병원ㆍ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추가 약사 인건비의 70%를 첫해에 지원하고, 2년 차 50%, 3년 차 30%로 지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의료취약지역에는 10%포인트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인력 확보 이후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 개선도 주요 과제로 곱았다.

연구진은 법정 인력기준을 충족하면서 야간 전담약사를 연중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야간 전담 약사 관리료를 지급하고, 응급실에 약사를 24시간 상주시키는 경우 응급실 24시간 약국관리료를 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요양병원에는 환자 수 대비 약사 수에 따라 입원료를 가산하거나 감산하는 인력 차등 수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입원환자당 약사 수, 24시간 약국 운영 여부, 중환자실 약사 수, 마약류관리 전담약사 배치 여부 등을 의료질평가에 반영하고, 현재 재직일수를 평가하는 요양병원 약사 인력지표를 약사 1인당 환자 수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약제서비스에 대한 보상 확대도 제안했다. 조제료와 의약품관리료의 기본 수가를 인상하고 병원 종별 가산율을 현행 5%에서 10%로 높이는 한편, 고위험의약품 관리료와 입원환자 다학제 관리료를 신설하고 야간ㆍ공휴일 조제에 가산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기준에 약사 인력지표를 추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현재 의사ㆍ간호사 인력기준을 적용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요건에 약사 인력의 최소 기준을 추가하고, 상대평가에는 약사 1인당 평균 1일 입원환자 수를 반영하자는 제안이다.

이 가운데 연구진은 최소 기준을 넘어 권고 기준을 충족하는 의료기관에는 조제료ㆍ의약품관리료 추가 가산과 전담약사 수가, 의료질평가 및 인증제 가점 등을 적용해 인력 확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인력 기준의 개선은 인력 적정화의 출발점”이라며 “보건의료 체계가 운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는 법과 제도를 통해서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