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지미소 허가 심사, 가교시험 면제 근거ㆍ해외 안전성 평가 쟁점
식약처 국감, 국내 추가 임상 필요성 놓고 이견…허가규정ㆍ2021년 중앙약심위 검토 경과 주목
[의약뉴스] 정부가 임신중지의약품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대상 가교시험의 필요성과 해외 안전성 자료의 평가기준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해외 사용 경험과 전문가 자문 등을 근거로 가교시험 면제 가능성을 제시해 왔지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이상사례 분석자료와 일본의 임상시험 사례 등을 토대로 추가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
현재 식약처가 수입품목허가를 심사하는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조합한 제품이다.
현대약품은 해외 임상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신청했으며, 정부는 2027년 1분기 국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13일 식약처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외 사용 경험만으로 국내 가교시험을 생략하는 것이 적절한지 질의했다.
이 가운데 일본이 임신중지의약품 도입에 앞서 자국 내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사용 조건을 엄격하게 관리한 사례를 들어 국내에서도 추가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도 해외에서 장기간 사용한 의약품이더라도 새로운 안전성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한국인 대상 가교시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유경 처장은 “가교시험은 인종이나 국가별 차이와 관련된 것인데, 외국 임상시험 자료나 허가사항에서 인종별로 특별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논란은 2021년 첫 품목허가 신청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 전문가 다수가 가교시험 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해외 사용현황과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 업체 제출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약품은 허가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자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국내 '의약품의 품목허가ㆍ신고ㆍ심사 규정'은 외국 임상자료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평가해 가교자료 제출 면제와 가교시험 면제, 추가 시험 실시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E5 가이드라인도 외국 임상자료의 수용 과정에서 민족적 요인에 따른 차이를 검토하도록 권고한다.
평가 항목에는 유전적ㆍ생리학적 특성과 약동학ㆍ약력학 등 민족 내적 요인뿐 아니라 의료행태, 병용약물, 진단방법, 치료관행 등 민족 외적 요인도 포함한다.
기존 자료로 국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으면 가교시험을 면제할 수 있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시험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외국 임상자료에 중대한 이상반응의 지표증례가 있거나 이상반응 보고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경우 등 한국인에 대한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안전성 가교시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정감사에서는 미국의 미페프리스톤 이상사례 분석자료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조배숙ㆍ이만희 의원은 미국 윤리ㆍ공공정책센터(EPPC)가 2025년 발표한 보고서를 제시하며 기존 허가자료보다 높은 이상사례 발생률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EPPC는 2017~2023년 미국의 보험청구 자료에서 미페프리스톤이 처방된 임신중지 86만 5727건을 분석해 약물 사용 후 45일 이내 중대한 이상사례 발생 비율을 10.93%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해당 수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사항의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 보다 22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FDA 허가사항은 미국과 해외에서 실시한 10개 임상시험에서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을 0.5% 미만으로 제시했다.
수혈과 패혈증, 입원, 응급실 방문 등의 발생률도 항목별로 구분했으며, 미국 임상시험 2건에서 응급실 방문률은 2.9~4.6%였다.
다만 두 자료는 분석 대상과 이상사례를 확인하는 방식이 다르다.
EPPC에 따르면 보험청구 자료의 진단ㆍ처치 코드를 활용해 약물 사용 후 45일 이내 발생한 이상사례를 분류했으며, 동일한 임신중지 사례에서 여러 이상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발생률 산정에는 한 건으로만 집계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EPPC 보고서가 동료심사를 거친 학술논문이 아니며 분석자료와 방법론의 검증 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처장도 “EPPC 자료는 보험사 청구 자료라서 인과관계 문제나 한 사람의 이상사례가 중복으로 집계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허가의 법적 근거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백종헌ㆍ조배숙 의원은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관련 규정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품목허가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질의했다.
오 처장은 “임신중지의약품의 불법 사용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부분은 좀 더 양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법제처는 지난 8월 19일 임신중지의약품의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안전성ㆍ유효성 등 법령상 허가 요건을 충족하면 식약처의 허가는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의약품 수입품목허가는 특정 임신중지 방법의 적법성을 결정하는 처분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오 처장은 “업체가 보완자료를 내는 대로 꼼꼼하게 심사하겠다”며 “위해성 관리계획(RMP)을 면밀히 심사하고 사후관리도 좀 더 엄격하게 챙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