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조력인 법제화 막바지, 하위법령 정비 과제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김성은ㆍ황일보ㆍ백경희 연구팀..." 환자와 보건의료인 양측의 상황 고려해야"
[의약뉴스] 의료사고 분쟁 과정에서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와 유족을 돕기 위해 도입한 당사자 조력인(환자 대변인) 제도가 시범사업을 거쳐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추는 법제화 단계에 진입했다.
법안 개정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환자뿐만 아니라 전공의나 간호사 등 법적 대응에 취약한 보건의료인에게 조력을 제공하는 방안과 구체적인 하위법령 정비가 핵심 과제로 꼽혔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김성은 선임심사관과 황일보 심사조사3부장,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학술지 의료법학에 게재한 논문 ‘의료분쟁조정법상 당사자 조력인(환자 대변인) 제도의 함의 및 발전방안에 관한 법적 고찰’을 통해 해당 제도의 법적 성격과 실무적 쟁점을 분석했다.
당사자 조력인 제도는 정부 의료개혁(혁신)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시작,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장애 등 자동개시 대상 중대 의료사고 환자와 유족을 지원해 왔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법제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당사자 조력인의 법적 지위를 기존 민사소송상 소송대리인과 진술보조인의 중간 영역으로 정의했다.
포괄적 대리권을 갖고 당사자를 대신해 소송행위를 하는 대리인과 달리, 당사자 조력인은 환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지하면서 전문가적 상담과 자문을 제공하는 절차 보조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대리인과의 개념적 혼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조력인이 본 절차인 조정기일에 직접 출석해 대리인처럼 행세할 경우 제도를 형해화할 위험이 있으므로, 사전 자문 단계인 조정준비기일 동석 및 서면 작성 조력으로 출석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면 역시 조력인이 중재원에 직접 제출하기보다 당사자에게 전달해 스스로 제출하게 함으로써 변호사법상 대리행위와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가운데 개정안은 조력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환자 측에만 조력을 제공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건의료인에 대한 조력 근거도 함께 마련한 것.
연구팀은 보건의료인 지원의 필요성을 법률적 관점에서 찾았다.
구체적으로 “주치의 등 의료인은 의학적 영역에 전문성을 갖췄으나, 소송과 유사한 조정 절차나 법률적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정보 부족과 주관적 편향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측 모두에게 무분별하게 조력을 제공할 경우 분쟁이 지나치게 과열하거나 법률 공방으로 번져 조정 기간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팀은 보건의료인 조력 시 세부적인 자격 요건을 하위법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근로자이자 교육생 지위를 지닌 전공의, 진료 보조를 수행하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소속 기관에 전담 법률대리인이 없는 의료인 등 동일 직종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인력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조력인의 핵심 역할은 양 당사자를 설득하고 전문적 진단을 제공해 분쟁을 조기에 종식하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면서 “당사자 조력인 제도가 승패를 다투는 법리 공방의 수단으로 변질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특히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환자와 보건의료인이 처한 일반적 상황이나 지위 등을 고려하여 과연 어느 수준까지 조력을 제공하는 것이 당사자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향후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환자와 보건의료인 양측의 상황을 고려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