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준모 “비대면진료 플랫폼 확대, 진료비 외 추가 비용 장벽 우려”
영국 디지털 이용자 편중 사례 제시…국내 접수 유료화와 연결해 접근성 격차 지적
[의약뉴스] 비대면진료가 영리 플랫폼 중심으로 확대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서도 접수ㆍ예약이나 신속한 진료 이용 과정에서 새로운 비용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례로 영국에서는 무상진료 체계에서도 당일ㆍ익일 예약 등 신속한 진료가 별도의 유료 민간 서비스로 제공되고, 국내에서도 병원 접수ㆍ예약 앱 유료화 사례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박현진 회장은 18일 발간한 ‘비대면진료 영리 플랫폼과 의료접근의 불평등’ 보고서에서 해외 의료 이용 사례와 디지털 진료 접근성, 국내 비대면진료 제도를 중심으로 영리 플랫폼과 의료접근성의 관계를 검토했다.
먼저 보고서는 영국에서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무상진료와 별개로 신속한 예약을 제공하는 민간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 GP)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례로 헬스케어 기업 Bupa는 평일 15분 전화ㆍ영상 GP 진료를 59 파운드부터 제공하고 당일ㆍ익일 예약과 저녁ㆍ주말 진료를 운영하며, 민간 처방에 따른 약제비는 별도로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LaingBuisson이 2024년 9월 발표한 추계에 따르면 영국 민간 GP 시장은 약 16억 파운드 규모로, 전체 GP 상담 중 민간 비중은 2009년 3%에서 13%로 높아졌으며, 원격 GP 서비스 시장도 3억 파운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보고서는 환자 직접 지불뿐 아니라 고용주 제공 서비스도 포함되는 만큼 비용 부담 능력과 고용조건에 따라 이용 가능한 진료 경로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비용 문제와 함께 디지털 접수 확대가 기존 진료에 미치는 영향도 살폈다.
영국의사협회(BMA)가 2025년 11월 GP 진료소 1341곳을 조사한 결과 42%는 대면진료 예약을 줄였고, 55%는 환자 진료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답했다. 업무량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74%였다.
보고서는 온라인 접수 확대가 진료 인력과 시간을 자동으로 늘리는 것은 아닌 만큼, 접수 업무가 증가할 경우 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우선 진료서비스에서는 이용자 편중 사례도 나타났다.
NHS 재원으로 운영한 ‘Babylon GP at Hand’에 대한 2020년 연구에서는 당시 등록 환자의 94%가 45세 미만이었고, 약 3분의 2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 거주했다.
만성질환은 연령ㆍ성별을 맞춘 비교집단보다 대체로 적었지만 상담 이용량은 동년배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디지털 진료의 편의가 특정 집단에 집중될 수 있다며, 고령자나 복합질환자 등 대면진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사례로는 병원 접수ㆍ예약 앱 유료화를 제시했다. 똑닥은 2023년 9월 월 1000원의 유료 멤버십을 도입했으나,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의료기관의 앱 중심 예약과 앱 미이용자의 의료접근성 문제가 제기됐다.
보고서는 이 사례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서도 접수 과정에 별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료기관의 접수가 특정 앱에 집중되고 현장ㆍ전화 접수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플랫폼 가입과 결제가 실제 진료 이용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료기관 탐색과 접수, 의료진 연결의 주요 경로가 되면 이용료 부담뿐 아니라 앱 설치ㆍ인증ㆍ예약 등 디지털 이용능력에 따라서도 접근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는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의 신고ㆍ인증과 준수사항이 마련돼 있다.
의료적 판단에 개입하거나 의료서비스ㆍ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행위, 의료기관과 약국 등으로부터 환자 소개ㆍ알선의 대가를 받는 행위 등을 금지 대상으로 명시했다.
다만 보고서는 이 같은 관리 규정과 별개로 환자가 실제 진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료와 예약 방식, 디지털 이용능력, 대체 접수 경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적 의료보장이 유지되더라도 진료 접근을 위한 유료 경로가 확대되면 비용 부담 능력과 플랫폼 이용능력이 의료 이용 조건으로 추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