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유합술 전 항혈소판제 미중단ㆍ감염 진단 지연 의사에 배상 판결
북부지법 “응급수술 아니면 약물 중단했어야”...검사 거부에도 주의 의무 인정
[의약뉴스] 척추 유합술 전 항혈소판제 복용을 중단시키지 않아 다량의 혈종을 초래하고, 수술 후 발생한 심부감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지연해 환자에게 마미증후군 등 영구적인 후유장해를 남긴 신경외과 의사에게 법원이 1억 3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가 추가 정밀검사를 거부했더라도 중대한 합병증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의료진이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검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1월 요통과 하지 저림 등으로 B씨의 병원에 내원해 요추 4-5번 신경공 경유 추체간 유합술(1차 수술)을 받았다.
당시 A씨는 고혈압 기왕력으로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세레나데정)을 복용 중이었으나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않은 채 내원 당일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A씨는 통증과 하지 위약감을 호소했고, 3일 뒤 시행한 요추 MRI에서 다량의 혈종이 신경근을 압박하는 소견이 관찰돼 긴급 혈종제거술(2차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같은 해 2월 말부터 38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염증 수치(CRPㆍWBCㆍESR)가 급등했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3월 15일 시행한 X-ray 검사에서는 삽입한 인공 구조물(케이지)의 침강과 골 파괴, 감염 의심 소견이 관찰됐다.
그럼에도 B씨는 MRI 등 추가 정밀검사나 적극적인 감염 치료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하지 마비와 배뇨ㆍ배변 곤란이 악화된 A씨는 7월 대학병원으로 전원돼 기존 기구를 제거하고 재유합술을 받았으나, 균 배양검사에서 장내세균(Enterococcus) 감염 및 척추 종판 괴사가 확인됐다.
현재 A씨는 양하지 근약증과 배뇨장애 등 영구적인 마미증후군 후유장해가 남은 상태다.
재판부는 B씨의 진료상 과실을 인정했다.
우선 수술 전 약물 복용 관리와 관련해 “척추 수술은 출혈 위험이 높아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항혈소판제를 수술 7~10일(최소 5~7일) 전에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환자가 긴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혈액응고검사가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약물 중단 없이 당일 수술을 진행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술 후 감염 관리 소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고열과 염증 수치 급상승, X-ray상 케이지 침강 및 골 파괴가 확인된 시점에는 심부감염을 충분히 의심하고 MRI 등 정밀검사를 시행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특히 B씨 측이 ‘환자가 MRI 검사를 거부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척추 유합술 후 감염은 염증이 진행하면서 골 결손과 신경 압박을 초래하는 중대한 합병증”이라며 “환자가 검사를 꺼리더라도 의료진은 정밀검사의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위험 발생을 회피했어야 했다”고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수술 전 혈액검사를 확인했고 혈종 발생 확인 후 제거술을 신속히 시행한 점, 원고가 3월 검사 권유를 거부해 진단이 늦어진 정황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B씨의 항혈소판제 미중단 과실과 감염 진단 지연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구 장애를 초래했다”며 “기왕증 기여도 40%와 의료진 책임 제한 40%를 적용한 재산상 손해액 1억 2615만 원에 위자료 1000만 원을 더해 총 1억 361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