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유합술 전 항혈소판제 미중단ㆍ감염 진단 지연 의사에 배상 판결

북부지법 “응급수술 아니면 약물 중단했어야”...검사 거부에도 주의 의무 인정

2026-09-17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척추 유합술 전 항혈소판제 복용을 중단시키지 않아 다량의 혈종을 초래하고, 수술 후 발생한 심부감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지연해 환자에게 마미증후군 등 영구적인 후유장해를 남긴 신경외과 의사에게 법원이 1억 3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가 추가 정밀검사를 거부했더라도 중대한 합병증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의료진이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검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 척추 유합술 전 항혈소판제 복용을 중단시키지 않아 치료를 지연, 환자에게 후유장해를 남긴 의사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1월 요통과 하지 저림 등으로 B씨의 병원에 내원해 요추 4-5번 신경공 경유 추체간 유합술(1차 수술)을 받았다.

당시 A씨는 고혈압 기왕력으로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세레나데정)을 복용 중이었으나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않은 채 내원 당일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A씨는 통증과 하지 위약감을 호소했고, 3일 뒤 시행한 요추 MRI에서 다량의 혈종이 신경근을 압박하는 소견이 관찰돼 긴급 혈종제거술(2차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같은 해 2월 말부터 38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염증 수치(CRPㆍWBCㆍESR)가 급등했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3월 15일 시행한 X-ray 검사에서는 삽입한 인공 구조물(케이지)의 침강과 골 파괴, 감염 의심 소견이 관찰됐다.

그럼에도 B씨는 MRI 등 추가 정밀검사나 적극적인 감염 치료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하지 마비와 배뇨ㆍ배변 곤란이 악화된 A씨는 7월 대학병원으로 전원돼 기존 기구를 제거하고 재유합술을 받았으나, 균 배양검사에서 장내세균(Enterococcus) 감염 및 척추 종판 괴사가 확인됐다.

현재 A씨는 양하지 근약증과 배뇨장애 등 영구적인 마미증후군 후유장해가 남은 상태다.

재판부는 B씨의 진료상 과실을 인정했다.

우선 수술 전 약물 복용 관리와 관련해 “척추 수술은 출혈 위험이 높아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항혈소판제를 수술 7~10일(최소 5~7일) 전에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환자가 긴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혈액응고검사가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약물 중단 없이 당일 수술을 진행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술 후 감염 관리 소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고열과 염증 수치 급상승, X-ray상 케이지 침강 및 골 파괴가 확인된 시점에는 심부감염을 충분히 의심하고 MRI 등 정밀검사를 시행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특히 B씨 측이 ‘환자가 MRI 검사를 거부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척추 유합술 후 감염은 염증이 진행하면서 골 결손과 신경 압박을 초래하는 중대한 합병증”이라며 “환자가 검사를 꺼리더라도 의료진은 정밀검사의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위험 발생을 회피했어야 했다”고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수술 전 혈액검사를 확인했고 혈종 발생 확인 후 제거술을 신속히 시행한 점, 원고가 3월 검사 권유를 거부해 진단이 늦어진 정황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B씨의 항혈소판제 미중단 과실과 감염 진단 지연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구 장애를 초래했다”며 “기왕증 기여도 40%와 의료진 책임 제한 40%를 적용한 재산상 손해액 1억 2615만 원에 위자료 1000만 원을 더해 총 1억 361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