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 네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한바탕 웃음으로

2026-08-30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의약뉴스]

바람둥이 남녀에게도 사랑이 있을까. 서로 아끼고 죽고 못사는 불 같은 그런 사랑이.

남자, 찰스(휴 그랜트)는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바람둥이. 여기에 맞서는 여자, 캐리(앤디 맥도웰)는 그런 남자 뺨치고도 남을 남자 킬러.

그녀가 털어놓는 그녀를 거쳐간 남자는 열손가락도 부족하다. 무려 33번. 34번째 남자가 찰스다. 어지간한 찰스도 상대 남자에 대한 촌평을, 그 남자는 혀가 길다느니 어쨌다느니 숫자를 세면서 말하는 캐리를 보고는 입을 쩍 벌릴 수 밖에. 

자, 찰스와 캐리는 이런 남녀다. 상대를 점심의 메뉴판 바꾸듯이 바꾼다. 이런 남녀에게도 사랑이 있을까. 진짜 사랑말이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 그런 사랑 있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진짜 그런지 어디 한 번 따라가 보자. 

찰스는 토요일 마다 남의 결혼식 초대를 받는다. 늦잠을 자다 벌떡 일어나서 식장으로 달려가기 바쁘다.  심지어 신랑의 들러리 까지 서야 한다. 두 사람의 결혼반지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

허둥지둥 헤매다 지각하기 일쑤인 그에게 식장은 혼란의 연속. 하지만 상대들은 무난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백년가약의 계약서에 도장을 꾹 찍는다.

한편 식장은 또다른 남녀의 탄생을 알리는 데이트 장소로 적격이다. 찰스는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새로운 데이트 상대 물색에 나선다. 그런데 눈에 확 띄는 여자. 눈치챘겠지만 캐리다.

오월의 신부보다 더 아름다운 캐리를 본 순간 찰스는, 그 순간 만큼은 다른 여자는 안중에도 없다. 바람둥이 남자의 수작질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마침내 하룻밤을 즐긴다. 이쯤되면 찰스는 원하는 목표를 이룬셈이다. 캐리 역시 마찬가지. 손가락 하나를 인생에서 추가하는 기염을 토하는 것.

둘은 아쉽게 헤어진다. 다음에 또 만나자 같은 순진한 말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잤으니 결혼하자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나올 없을 터, 아니 나왔나? 누워 있는 남자에게 여자는 그의 고향 미국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 캐리와 찰스는 천생연분이다. 숱한 남자와 여자를 만났어도 진정한 사랑은 서로 였다는 것을 두 사람은 이혼과 파혼을 통해 깨닫는다. 한바탕 웃음으로, 볼만한 영화치고는 수준이 괜찮다.

그리고 또 결혼식이 벌어진다. 거기서 둘은 또 만난다. 또다시 하룻밤. 이번에는 여자가 자고 있고 그런 여자를 내려다 보면서 작별 인사를 하는 남자. 그렇게 그들은 두 밤을 함께 보낸다.

내 생전에 같은 여자와 두 번은 없다는 신념은 찰스에게 없나 보다. 캐리도 같은 상대로 두 번의 밤은 없다, 같은 원칙이 없는 셈. '쌤쌤'이다. 

어쨌든 둘은 또 헤어진다. 또 결혼식. 거기서 찰스의 오랜 친구가 심장 마비로 사망한다.

장지에서 두 남녀는 또 만난다. 그리고 캐리의 결혼식. 찰스는 캐리의 결혼식에 당연히 초대 받는다. 받는  정도가 아니다. 캐리의 웨딩드레스까지 골라주는 성의를 보인다. 

하지만 웬지 찰스의 마음은 허전하다. 숱한 다른 여자를 떠나 보낼 때와는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 캐리도 마찬가지. 하지만  캐리는 평생의 남자로 찰스 대신 다른 남자를 선택한다.

드디어 찰스도 결혼을 한다. 식장의 들러리에서 드디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과연 이 결혼식 제대로 진행될까. 결론은 팁에서 확인해 보자. 본론에서 팁은 멀리 떨어져 있지않고 바로 아래에 않으니.

감독: 마이크 뉴웰

출연: 휴 그랜트, 앤디 맥도웰

평점: 

팁: 앞서 이 영화를 로맨틱하다, 라고 설명하지 않았던가. 맞다, 그런 기억 없다. 그래서 말한다. 이 영화는 심심풀이 땅콩으로, 시간이 남아도는 젊은 청춘의 킬링 타임용으로 딱 맞는 로맨틱한 코미디라고.

찰스의 결혼식,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래야 반전이 있고 그래야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찰스의 식장에 캐리가 온다. 당연하다. 두번의 잠자리를 한 연인의 의무이면서 책임, 아니겠지? 캐리는 말한다. '나 이혼했어. 일년도 안 됐어.' 정말 얼빠진 여자 아닌가.

옛 여인의 하룻밤 상대에게 그것도 결혼식이 열리기 직전에 이런 말을 하다니. 그래서 이혼이 뭐 자랑인가? 찰스는이렇게 던져야 한다, 매몰차게.

하지만 찰스는 그러지 못한다. 어딘지 그녀가 안쓰럽다 못해 구원해야 할 절망의 여인처럼 보인다, 다른 관객분들의 생각은?

식은 진행된다. 주례는 말한다. 이 여자를 평생 아네로 삼겠는가. 그렇지 못할 이유가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라. 찰스와 수화로만 대화가 통하는 동생이 열심히 손짓을 한다.

뭐라는 거지?

이 결혼 하지 말라는데요.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는데요.

통역하는 찰스.

신부에게 한 방 얻은 맞는 것으로 파혼. 

비는 주룩주룩 내린다. 제 3한강교 밑을.( 혜은이 노래가 생각난다.) 흠쩍 젖은 그녀가 문 앞에 와 있다. 젖은 몸의 그녀는 추워 보인다. 안아 주면 따뜻할 것이다, 감기 걸리지 않게. 그걸 또 찰스가 해낸다. 

저리가, 네가 올데가 여긴 아냐 성난 목소리 대신.

어서와요.

반갑게 맞는다. 그리고 이런 '썰'을 푼다.

평생 나를 사랑하겠는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도 나와 평생 살 수 있겠는가.

대답: 아이 두

찰스의 '라스트 수작질', 에 못 이기는 척 가슴팍에 '팍' 안기는 캐리. 

영국 남자와 미국 여자의 사랑은 이렇게 해피앤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