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시툴루린 혈증
유치원에 갈 나이인 용운(6)이는 병상에 누워있다. 선천성대사이사증후군 가운데 하나인 시툴루닌혈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타고 나기를 환자로 태어났으므로 건강한 것이 무엇인지알지 못한다. 그런 용운이를 보는 부모 마음은 더 애가 탄다.
용운 아빠 이태영씨는 생후 일 주일만에 무호흡증이 나타났다고 한숨을 쉬었다. “두 살 위인 누나는 정상이었어요. 그러나 그 애 위였던 남자 아이는 신생아 때 사망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치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게 나타났다. 누나를 봤던 해당 병원이 좀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용운이의 상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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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운이 가족의 즐거운 한 때. | ||
입원 후 3일부터 내리 4일간 고 암노니아 혈증 증세가 나타났다. 아이는 토하고 심하게 보챘으며 피부는 황갈색을 띄었다. 그 후 누워서 계속 잠만 잤다. 병원은 황달로 오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아빠는 분노했다.
7일간 아이는 뇌손상을 심하게 입었다. 아이는 말하지도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화장실도 못가고 삼킬 능력이 없어 입으로 식사도 못한다. 배에 구멍을 뚫고 튜브를 삽입해 그 곳으로 한 두 방울 씩의 우유를 먹고 있다.
시력은 겨우 밝고 어두운 것만을 판단할 수 있는 2급 판정을 받았다. 용운이는 중증장애인이다. “암모니아 수치가 올라가면 금식을 시키고 식이요법을 시도했어야 했어요. 무려 144까지 올라 갔으니까요. 그런데 배가 고파서 그런 것으로 알고 일반 분유를 먹였으니 애 한테는 치명적이었지요.”
아빠는 수치가 높다는 사실만 알려줬어도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내내 버리지 못했다. 용운이 때문에 가정생활도 많이 어려워 졌다. 지방의 한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했던 아내는 일손을 놓은 지 오래됐고 학교의 기능직 직원인 아빠도 많이 지쳐 있다.
용운이의 신체감정과 사실감정도 늦어져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용운이는 수입업체가 공급하는 암모니아 수치를 체외로 배출하는 ‘뷰페린’ 등을 복용하면서 생명의 끈을 겨우 붙잡고 있다.
미국에서 대사이상을 공부하고 돌아온 청주소아병원 김숙자 원장은 “ 의사들이 잠을 자지 않고 ( 환자가 오면 진료시간이나 다른 이유로 환자를 보지 않는 것) 환자를 봐야 후유증이 생기지 않는다” 고 말했다.
김원장은 “유전병이기 때문에 완치는 어렵다” 고 잘라 말하면서도 “음식으로 적절히 치료하면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시툴루닌혈증(citrullinemia). 선천성대사이상의 한 종류로 암모니아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 발병한다. 유전병이며 신생아 때부터 적절한 음식 치료를 할 경우 뇌손상을 최소화해 정상인과 비슷한 지능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에 100명 미만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